한칸 한칸 밀어내 뾰족해진 신작로를 구르며버스가 생경한 풍경을 뒤로 잡아끌 때마다목적지로 가는 완행버스는 덜그렁 소리를 낸다목 짧은 소 떼가 우르르 언덕을 오르는서산 목장의 한가로운 푸른 초원을 지나고곰삭은 젓갈 비릿한 드럼통을 뒤적이며입안에 흐물거리던 어리굴젓 광천을 지나다탁 트인 바다가 꼬드기는 대천이 눈으로 들 때덜그렁 덜그렁 마음이 쏟아질까 간신히 붙들었다완행버스에 오르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홀로 떠나는 여행객이 짊어진 악다구니가투정까지 얹어지며 슬쩍슬쩍 창밖으로 던져지고하나씩 밀어내며 풍경으로 도착한 대천터미널악다구니를
공무원의 상징이었던 ‘숙직’을 이젠 여성에게도 부과하는 시대가 왔다.소위 ‘양성 통합당직제’라 이름하는 규칙이 제주도를 시작으로 출발하여 세종시까지 올라왔다. 겉보기엔 남성과 여성의 역할 경계를 허물어 양성평등의 국면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어딘지 모르게 뒷머리를 긁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이처럼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이슈는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만 손해를 강요해왔던 암묵적 관습들을 깨부수고 여성에게도 남성이 독점하던 이익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왔다. 이러한 방향이 순방향이었고 이러한 방향
세월호가 침몰한 지 9년이 됐다.우리가 기억하는 세월호의 가슴 아린 느낌도 이제 무뎌졌다. 그리고 세월호 관련 뉴스만 나와도 눈가를 적시며 고이던 눈물도 사라졌다. 하얀색 국화나 노란색 리본만 봐도 울컥했던 마음은 추모의 향내가 진동하는 기억교실을 찾아도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아픔을 간직한 이름 ‘세월호’는 야속하게도 그 이름이 가진 힘으로 인해 잊혀져 갔다. 세월호를 잊게 한 9년의 세월. 사람들은 저마다, 이젠 더이상 그 이름을 부르기 힘들어서, 기억해 내면서 살기 안타까워서, 침몰한 배를 붙들고 절망만 하기 힘들어서 잊으려 애
스코틀랜드 출신의 풍경화가 피터 도이그(Peter Doig1959~)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의 유럽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작가이다.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난 도이그는 어린 시절 한군데 오래 살지 못하고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함께 이곳저곳을 이사하며 살았다.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등학교는 영국 윔블던 아트스쿨에서 대학은 런던 세인트 마틴 첼시 스쿨을 다녔다.피터 도이그는 트레이시 에민, 데미안 허스트와 함께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다.그들은 현존하는 작가 중 최고의 경
터벅거리는 발길 따라마지못해 따라오는 그림자실낱같이 가늘어진 명줄처럼휘청이며 훔쳐내는 흥건한 몸짓백설은 가득한데 엇나가는 심사는아직도 뜨거운 줄 가슴만 쳐대며사람 들었던 정이 흩어진 까닭을 모르고할퀴고 지나간 바람을 핑계로 삼는다사랑은 틈으로 피어나고이별은 금으로 깨진다는 걸 알고도아직도 멀게만 두고 찾으려만 하니골방이 공연히 차갑지는 않을게다
호주 시드니에서 살며 울상짓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집값’이었다. 때문에 다수의 유학생이나 워홀러들은 쉐어하우스(여러명이 함께 생활하는 숙소)를 선택하게 된다. 이 역시 만만치 않지만. 당시 시드니 쉐어하우스 1인실은 1주당 354AUD(한화 약 30만원)로, 한달 거주하는데 드는 비용이 한화로 120만원에 달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보니 학교를 다니며 틈틈이 식당에서 일하며 손에 쥐는 돈의 상당 부분이 ‘집값’으로 빠져나갔다.한푼이라도 절약해볼 목적으로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
회오리를 숨긴 채 노천 온천에 담가 둔 따뜻함이 교차하는 물바람은 위험하다 뜨거움을 잡아내 애무하듯 스쳐 가며 느낌 없이 살 비비는 매번 습관도 한참 위험하다 알몸과 비누 거품이 뭉개지듯 비벼지며 어우르고 한 몸인 양 부풀고 터져 대지만 끌림과 밀림의 박자는 늘 일정하다 마른 수건의 물방울이 연인 같은 살갗을 내어 주다 불꽃 튀는 드라이기 정전기로 사랑에 종지부를 찍는다 서로에게 녹아내리지 않을 유리알처럼 투명하지 않은 어설프고 궁금한 사랑이거든 마음에 손잡이는 당기지 마라
최근 이민근 안산시장의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 참관 출장을 놓고 소음이 일고 있다.이는 다름 아닌, 그의 출장 일정이 또 다른 시민 행사와 겹쳤기 때문이었고 해당 출장 때문에 시장이 그 시민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벌어진 소음이었다. 일정이 겹친 해당 행사는 세월호 9주기 기억식(추모식)이다.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안산은 세월호라는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안산시장은 정치와 당적을 떠나 오랫동안 추모식의 ‘상주’라는 대표성을 가져왔다. 그래서 이 시장의 출장 일정이 발표되자마자 시민사회가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다.
안산은 좋은 곳이다. 살기 좋고 일하기도 좋고 그래서 기분 좋은 곳이다.반월과 시화라는 지명으로 대변되는 안산은 수도권 공업의 핵심 지역이다. 안산을 둘러싸며 광덕산과 수리산이 솟아 있고 시내 중심부에도 언덕들이 솟아 있어 시내 녹지 비율이 전국 최상위권에 든다. 세계 최대의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품고 있는 시화호는 안산을 동서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네 줄기의 하천을 받아낸다.안산은 1986년 시로 승격됐다. 그리고 옹진군에서 대부면, 화성시에서 반월면, 그리고 시흥시에서 안산동 등을 빼앗아 오면서 면적과 인구를 확장시켰다. 지금은 인구
날씨가 따뜻해지며 봄꽃들이 팝콘처럼 피어난다.따뜻하고 설레는 봄이다. 봄을 맞아 꽃과 정원을 그린 미국화가 켄트 월리스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켄트 월리스(Kent R. Wallis 1945~)는 미국 유타주 옥든에서 태어났다.그는 대부분의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다소 늦게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69년에 유타 주립 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그는 오하이오주에 있는 굿리치 회사에 입사해 마케팅 및 재무 분야에서 6년간 일했다. 그 6년의 경험이 그의 창의력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이 깊어지면서 좌
별을 바른다흥건히 스민 음습한 미닫이를 열고한 겹 한 겹따사로운 별을 풀칠하듯 바른다푸르름을 입혀도 꿈쩍 않고갓난이 춤사위에도 매몰차던좀처럼 열리지 않던 입으로별을 먹어 치우는 벽창호고사리 같은 새순이 오르고소슬바람을 도르르 말아쥐는아스라한 흔들림닫힌 미닫이가 서걱거리며벽이 별을 받아먹는다
「와룡암소집도」는 현재 심사정(1707-1769)이 그린 것이다.조선 후기의 서화 수장가 석농 김광국은 「석농화원」의 이 그림에 다음과 같이 화제를 써놓았다.갑자년(1744년) 여름에, 내가 와룡암에 상고자―김광수―를 찾아가서 향을 사르고 차를 마시며 서화를 품평하는데, 하늘이 검은 돌처럼 새카매지더니 소나기가 크게 일었다. 현재―심사정―가 밖으로부터 비틀거리며 들어오는데 옷자락이 모두 젖어서 서로 쳐다보고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윽고 비가 그치자 정원 가득한 경치와 색채가 꼭 미가의 수묵도와 같았다. 현재가 무릎을 끌어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