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었다강렬하고 뜨거운너의 열정과 맞서려고철재 갑옷과 도깨비 투구를 쓰고당당하게 조금은 긴장되게그리고 의연하게 버티며너를 기다린다붉은 마성의 기운이 감들고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의외의 부드러움에 흠칫 놀라손에 쥔 장검엔 한껏 힘이 쥐어졌다아려 터질 강렬한 빛은 요원하다서서히 오르는 너는한껏 치장한 요염한 여인네장검을 쥔 손마디 쑥스러워 감추고알몸으로 마주한 여인네에 반했다당신이었구나!
겨울이 갓 지난 3월 마을 앞 개천 뚝 길을 따라 걷는데 어디에선가 개굴개굴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렸다. 그 소리에 발을 멈춰 주위를 살폈더니 물웅덩이 돌 틈새에 개구리 두 마리가 마주보고 앉아 소리를 내 인사를 했다.그래 개구리 너 아직은 날씨가 추운데 벌써 나왔구나? 하자, 그 말하기가 무섭게 개구리가 벌서라니요? 하며, 지난 3월 6일이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이었는데 그것도 몰라요? 그랬다.벌써 그렇게 됐니? 그러자. 그 뿐입니까? 내일 모래 3월 21일이면 밤보다 낮이 길어진다는 춘분인 걸요. 그렇구나. 경칩을 아는 똑똑
신문방송학과 졸업반 시절, 국내 메이저 언론에서 펼친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에서 당시 이슈가 됐던 ‘대학생 자원봉사 학점제’를 주제로 우수상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덕분에 ‘언론고시’라 불릴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했던 해당 신문사에서 인턴으로 기자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관심도가 매우 낮았던 ‘교육’ 파트를 맡아서, 평소 엄청난 애정을 쏟던 ‘연예’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마침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경제지에서 기자모집 공고가 떴다. 경제 역시 문외한이나 그곳엔 평소 열혈독자였던 연예 전문매체도 보유하고
무심히 길을 걷다 보면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껌 딱지아무생각 없는 누군가에게 버려져 검게 변한 모습을 보고 벤 윌슨은 말했다."길 바닥에 붙은 껌을 볼 때, 우리는 역겨움을 느낍니다. 저는 이 역겨움을 아름답게 바꾸고 싶어요.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거리예술가 벤 윌슨(Ben Wilson)은 1963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나, 도예가이자 행위예술가인 아버지 아래에서 유년시기를 보내며, 창의적인 사고를 몸에 익히게 되었다고 한다.윌슨은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Middlesex University에 입학했으나
숨결조차 미동이 없다 해도당신이 오신다는 걸 알아버렸죠하얀 꽃망울 터뜨리기도 전가슴엔 파란 싹 하나 움트고아롱진 꽃잎 하나 눈동자에 담아향기 털어 낼 따사로움 묻힌보송보송한 손길을 느낍니다감칠맛 풍기는 저 봄볕은어찌 내게로 오는지더덕더덕 눌어붙어 꽁꽁 동여맨허리춤에 감싼 얼음장은 녹으려나채 버리지 못해 둘둘 말린 목도리 속겹겹이 피멍 든 가슴에도환장할 꽃을 피우려 봄은 오는가 보다그래도함초롬히 돋아날 파릇한 새싹 하나를손 모아 기다립니다
하얀 눈꽃을 피우던 시간도물이 흐를 것 같지 않던 개울도죽은 듯 앙상한 나뭇가지도지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지나가는 시간을 마지막이라고 했다손을 내밀어야 간신히 잡힐 것 같은치렁치렁 늘어뜨린 푸른 이파리어둠마저 희석되어 묽어지게새로운 희망처럼 호수에 등을 밝힌다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한다는 것장엄하고 거룩한 생명이 잉태된다는 것그것은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져야웅크렸던 지난날을 지우고내려앉은 어깨를 치켜올려말간 하늘을 단단히 틀어쥐고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촌락과 도시를 불문하고 사람 사는 곳이면 크고 작은 하천이 있다. 사람들은 하천을 끼고 산을 등지고 옹기종기 모여 산다.산업화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동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도시가 형성됐다.사람이 모여 살다보면 환경오염은 필연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화는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각종 가스에 의해 대기가 오염되고 세제 등 화공약품사용으로 수질과 토양오염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 결과 도시를 끼고 흐르는 하천들은 물이 오염되고 토양이 오염되고 하상
한동안 초·중학교 교과서 표지에 삽화로 사용되었던 김득신(1754~1822)의 그림 「파적도」는 현대인들에게도 친숙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파적’―고요함을 깨다― 혹은 ‘야묘도추’―들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치다―라고도 불린다. 「파적도」는 소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흘러나오는 긴박함과 역동성이 잘 드러나는 그림이다. 일상의 순간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특출난 작품으로 김득신 풍속화의 백미로 꼽힌다. 인터넷 사이트 내에서도 패러디한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살구꽃이 살랑거리는 날, 농가에서 소동이 벌어진다. 어미 닭과 병아리들은 한가롭게 모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Maori)족의 전통 민요 중 ‘폭풍 치는 바다’라는 뜻을 가진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라는 노래가 있다. 우리에게는 ‘연가’라는 제목으로 익숙한.1642년 네덜란드의 탐험가 아벌 타스만(Abel Tasman)이 발견한 뉴질랜드는 크게 북섬, 남섬 그리고 ‘뉴질랜드의 제주도’라고 불리는 스튜어트섬(Stewart Island)으로 이뤄져 있다. 북섬에는 약 100만 년 전 엄청난 규모의 화산활동에 의해서 생
카스파르 프리드리히(Caspa David Fridrich: 1774-1840)는 19세기 전반에 독일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작가이자 풍경화가이다.프리드리히는 1774년 9월 5일 발틱 해안가에 있던 작은 마을 그라이프스발트에서 엄격한 루터파 교도였던 아버지와 마음 따뜻했던 어머니 밑에서 10명의 아이들 중 6째로 태어났다.그는 일곱 살 되던해 어머니를 잃었고 이후로 사랑하는 두 누이를 차례로 잃었다. 또 함께 스케이트를 타던중 자신이 보는 앞에서 동생이 얼음에 빠져 죽는 일을 겪기도 했다. 당시의 충격으로 그는 청년이 된 후에도 우울
가슴에 비수를 뽑지도 못하고지쳐가는 심박이 헐떡이는 것을모자란 숨 때문인 줄 알다가느려진 눈으로 드는 금낭화 하나가떨림 같은 너와 닮았다고 느껴지며다독이듯 설레는 향으로 든다투명함이 푸른 바람으로 강가를 돌다낮은 거품이 되어 몸을 씻는다탁 트인 들이 이제야 보이고꽃들도 쉬고 있었음을더 멀리 더 깊이모자란 숨이 채워진다
꿈결 같은 멜로디 춤사위야청빛 파도가 넘실대는으스름의 서해찬 서리 겨울 바다고적함도 숨죽인 파도는시원의 시작연두의 싱그러움점점 더 풍요로워질소리의 침묵이 고개를 밀며긴장시켜 깨우거나일어나라 강요치 않는소리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