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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꽃씨 하나를 주웠습니다. 정확히는 우리집 강아지 뽀삐가 무언가 삼키려던 걸 급하게 말린 거였지만요. 나는 쭈그려 앉아 지퍼백 속 담겨있는 것들을 요리조리 살폈습니다. 뽀삐의 끈적한 침과 날카로운 이빨을 이겨낸 작은 알갱이들이 무엇인지 궁금했어요. 고개를 들자 펼쳐진 풍경을 본 순간 이것의 정체가 씨앗이라는 걸 알았어요. 내 머리 위에는 길게 뻗은 덩굴이 가득했습니다. 꽃으로 피어나 함께 어울리고 싶었을 텐데. 차마 그러지 못하고 줄기에서 떨어졌나 봅니다. 나는 씨앗을 입바람으로 닦아낸 뒤, 주머니에 쑤셔 넣습니다. 괜한
2023.10.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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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얇은 갑사(甲紗)로 날개 달고잠자리 한 마리 간짓대에 앉아살금살금 다가가도 떠날 줄을 몰라기특한 저 잠자리 예쁘기도 하여라전생에 저 잠자리 무슨 인연이기에숨죽여 맴맴 손가락 돌려 꼬드기며가시랑가시랑 수면의 주문을 외다화들짝 놀라 잠이 깬 저 잠자리아! 가을이다
2023.10.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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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물건을 살 때 현금으로 구입하면 10%만큼 혹은 부가가치세만큼 빼주겠다는 말을 간간이 들어볼 수 있습니다.저도 최근 부모님의 이사를 준비하면서 현금으로 계산하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왜 현금으로 구입하면 더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일까요?사업자가 신용카드로 결제를 받으면 신용카드 회사에서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물건 가격을 입금해 줍니다. 수수료 때문이라도 판매자는 카드보다는 현금을 더 선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용카드보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카드 수수료만큼 빼주는 건 이해가 되지만 10%
2023.10.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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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증빙’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적격증빙은 세법에서 인정해 주는 영수증입니다. 여기에는 세금계산서, 계산서, 신용카드, 현금영수증이 포함됩니다.이 적격증빙은 국가에서 매출을 한 사업자를 확인하여 세금을 적절하게 걷어들이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반면에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 사업자라면 적격증빙을 수취하여 매입세액을 공제받게 하고, 소비자라면 연말정산에서 신용카드 또는 현금영수증 사용분으로 세금을 절세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구매자가 사업자든 소비자든 세금을 줄이기 위해 소비할 때 적격증빙을 수취하길 원할 테니 매출
2023.10.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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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이 뭘까.”나란히 누운 엄마는 한참 말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내 질문에 선명한 답을 주지 않았다. 몇 어절이고 길게 늘어지는 목소리를 듣다 엄마도 잘 모르겠네, 라거나 너무 어렵다, 하는 애매한 말만 덧붙였을 뿐이다. 머리가 굵어질수록 그런 엄마가 조금은 답답했다. 딱 떨어지게 내는 답이 그렇게나 어려울까. 독촉하는 듯한 침묵에도 엄마는 조용히 숨을 내쉬다가 그저 말했다. “그러게.” 나름의 답을 준 엄마는 금세 잠에 들었다. 나른한 숨소리 곁에서도 잠 못 이루는 딸을 두고.합격한 대학은 서울에 있었다. 그저
2023.09.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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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몰랐을까밤새 저 담벼락 장미는달빛 취해 톡톡 달라붙은이슬방울마저 외면한 채건성건성 드러낸 허탈함에부슬부슬 꽃잎마저 떨어낸 것을왜 몰랐을까아침이 되도록가시에 찔린 애련함에맺힌 이슬을 털어내며무뎌진 나를 원망하듯핏빛 장미꽃마저 외면했던 것을달이 지나면해가 뜨는 이유는 알려나먹구름 낀 오늘 밤은 어쩌랴뽑지도 못한 가시에밤새 퍼부어 댄 눈물로꽃잎은 눈마저 감았는데몽글몽글 솟는 눈물감춰지긴 하려나가로등 깜박이는 불빛에투영되는 내 눈물을그대는 보려나건성건성 지나는 잠 못 드는 밤입 다문 장미 가시를 뽑는다
2023.09.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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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라고 하니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는 대부분 노후에 무엇을 해야 할까? 입니다. 공무원이면 대부분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는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 정년을 다 채우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최근 예능 방송에 출연한 김대호 아나운서는 로또를 구입하면서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겁니까!’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언제까지 학교를 다닐것인가.. 운이 좋아 로또라도 되면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도 또한 쉽사리 올 행운은 아닌 것 같아 조금 씁쓸합니다.사업을 시작한다면 개인사업자로 시작할 것인지
2023.09.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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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80년대의 청춘은 ‘워크맨’과 ‘마이마이’를 끼고 살았다. 디지털 음원이란 게 없던 시절, 소니 워크맨과 삼성전자의 마이마이는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최고의 호사품이었다.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고 또 들은 노래들. 그중에 이 노래가 있었다. 아마도 짝사랑에 잠 못 이루던 때였으리라.최근에 개봉한 한국 영화 ‘밀수’에서 이 노래를 조우했다. 영화에는 그 시대에 유행했던 최헌, 이은하, 나미, 김추자 등의 노래들이 배경음악으로 소환됐는데, 이 노래가 깔리는 순간 가슴이 쿵탁거렸다.이렇게 단아하고 시적인 노래 제목이 어
2023.09.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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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하이얀 진눈깨비로 변하던 밤, 우산 위로 소복이 쌓인 눈을 이고 말없이 걷던 밤. 나는 알았다. 어쩌면 그 밤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는 것을.이유를 알 수 없던 그 밤의 확신은 어디서 온 것이었을까. 아마도 그건 피하고 싶은 진실, 외면하고 싶은 직감이 만들어낸 공포.눈 떠보니 온통 새하얀 세상이었다. 어젯밤부터 시작된 눈은 다음날 아침까지 온 세상을 집어삼킬 것처럼 무섭게 내리고 있었다. 오래도록 손꼽아 기다려왔던 눈이었건만, 달뜬 마음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쏟아지는 눈을 보면서도 나는 쉽사
2023.09.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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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든 순간에 당신이 떠올랐어요”“당신은 대체 누구죠?”동경하는 세상에는 별들이 산다하나둘 별을 세는 것만으로도울컥울컥 토하며 어둠 속에서도 꿈을 꾸며알 수도 없는 편지가 도착한 거리에는반짝이는 별이 되어 사랑이 내린다"첼링크로스 84번지"운명도 거스르는 눈물을 숨긴 장소가슴을 베인 상처를 담은 편지는강처럼 흐르는 사랑을 되돌릴 수 없었고누구도 거스르거나 막아설 수 없는아름다운 꽃이 되어 환하게 웃는다
2023.09.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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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용돈, 증여세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어릴 적 명절이라는 단어는 평소에 자주 왕래하지 못했던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끌벅적하고,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날로 기억됩니다. 특히 명절에는 어른들이 주시는 용돈을 모으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고, 받은 용돈을 저축이라는 명목하에 뺏고자 하는 엄마와 용돈의 주인인 나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날이기도 했습니다.성인이 되어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명절은 친인척들과 함께하는 날보다는 연차를 쓰지 않고 합법적으로 쉴 수 있는 날로 인식되어 버렸습니다
2023.09.12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