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칸 한칸 밀어내 뾰족해진 신작로를 구르며
버스가 생경한 풍경을 뒤로 잡아끌 때마다
목적지로 가는 완행버스는 덜그렁 소리를 낸다
목 짧은 소 떼가 우르르 언덕을 오르는
서산 목장의 한가로운 푸른 초원을 지나고
곰삭은 젓갈 비릿한 드럼통을 뒤적이며
입안에 흐물거리던 어리굴젓 광천을 지나다
탁 트인 바다가 꼬드기는 대천이 눈으로 들 때
덜그렁 덜그렁 마음이 쏟아질까 간신히 붙들었다
완행버스에 오르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홀로 떠나는 여행객이 짊어진 악다구니가
투정까지 얹어지며 슬쩍슬쩍 창밖으로 던져지고
하나씩 밀어내며 풍경으로 도착한 대천터미널
악다구니를 말없이 받아 준 여행은 완행이었다
안산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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