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0시 안산 화랑유원지 단원각의 종소리와 함께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보신각의 타종으로 한 해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12월 마지막 날이면 보신각 주변은 타종을 구경하기 위한 시민들로 가득하거나 TV를 통해 제야의 종 타종을 시청하며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보신각 동종은 1468년(세조 14년)에 정릉사에서 주조되어 이후 원각사로 옮겨졌으나 임진왜란으로 절이 불타 종루로 옮겨졌다. 1895년(고종 32년) 종루에 보신각이라는 현판을 걸게 되어 보신각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이 보신
응급환자가 119구급차를 타고 치료 가능 병원을 찾아 전전하다 숨지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이에 소방청은 구급차 뺑뺑이 사망 사건을 방지하고자 이송 지연을 최소화하고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소방의 역할을 정비하는 한편 구급 이송체계를 개편하는 등 이송 지연 최소화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이것은 한국형 병원 전 중증도 분류체계 이른바 Pre-KTAS를 2024년 도입 예정으로 현재 전국에 있는 구급대원에서 Pre-KTAS 교육 이수 완료를 목표로 교육 중이다.내년부터 Pre-KTAS가 119구급대에 도입된다면 환자의
달궈진 프라이팬 안에서 당근과 양파가 연기를 내며 춤을 췄다. 나는 뒤를 돌아 동생을 보았다. 동생은 주황색과 검은색 크레파스가 잔뜩 묻은 손으로 춤추는 당근과 양파를 스케치북에 그렸다. 그리고 요리하는 언니의 뒷모습까지 그렸다. 스케치북 속 언니는 분홍색 레이스가 달린 앞치마를 입고 채소를 볶고 있었다. 나는 동생에게 손을 씻으라고 말했다. 동생은 집 안의 화장실을 들어갔다가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말했다. 빨리 돌아오라는 나의 말을 듣고 동생은 옷을 따뜻하게 껴입고 핫팩을 챙겨 나갔다.그날의 언니도 지금의 나
기억 저편망토 감춰 건네준 사랑인데가시넝쿨 빨간 딸기라도 열렸나햇볕은 따갑게 내리쬐는데눌려 처진 등 가여운 그대여지나쳐 버린 가로수머물지 못한 바닷가은하수 넘나든 밤하늘시린 손 정겹게 잡아나 줄 것을가는 길 쉬며 바라보게 할 것을초라한 등줄기 떨어낼 눈물그대 앞섶에만 어른거리고미안함도 민망해 고개 감춘다그대여!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납골당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워낙 외진 길에 있고, 안개가 껴서 흐릿한 버스 정류장이었기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유골함이 들어있는 가방을 꼭 껴안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아보니 포니테일 머리에 운동복 차림을 한 여자가 입을 모으고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휘파람 소리는 잔잔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았다. 한참 생각할 때쯤, 365번 버스가 정류장에 섰다. 나와 그 여자는 앞뒤로 줄을 서 교통카드를 찍었다. 잔액이 부족합니다. 차가운 기계 음성이 들렸다. 내
이 밤 빗소리는속삭임처럼 달콤하다까만 밤을 가르는화살비 하얀 빗줄기는얇은 입술 떨림이 우는향긋한 입맞춤보다황홀하다엄마 젖가슴 뽀얀 속살보다푸르른 들판 파릇한 향내보다이 밤속삭이듯, 유혹하듯쏟아내는 빗줄기가숨소리 죽여 호흡하는하얀 밤을 드리웠다가락지 낀 손가락 채 빠질까손깍지 끼워 잡아챈 빗소리싫지 않은 표정 머금어살포시 입맞춤하는 이 밤
안산시의회가 지난달 22일 제286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12월 15일까지 24일간의 의사 일정에 돌입했다.의사일정 중 예결위 구성과 의결 건이 포함되어 있었고 마침 11월 27일은 도시환경위원회 상임위가 요즘 한창 시끄러운 안산환경재단의 2024년도 예산심의가 있어 참관했다.심의를 받기위해 재단측에서 준비한 예산서(안)을 들춰보면서 처음에는 숫자를 잘못 기입한 줄 알았다. 100% 시 출연금으로 구성된 총사업비가 36억5,700만 원이고 가장 중요한 재단사업비는 11억5,800만 원으로 총사업비의 32%에 불과했다
찰박찰박한 논물에서 키워 온 몸집이다. 바닷게는 서해에서 내려와 담수와 섞이는 연안까지 긴 여행을 하지만, 참게는 겨우 아버지 복숭아뼈 근처의 논물에 한 生을 빠뜨려서 놀다 간다. 참게의 푸른 검은색 등껍질은 둠벙의 색깔을 닮아 은신하기에 그만이다. 푸른 검은색 등껍질은 저물녘 이끼의 빛깔을 뒤집어쓴 채 잠을 자고, 둠벙에도 “첨벙”하고 어둠이 빠져든다.나는 뜰채를 들고 둠벙의 바닥을 훑는다. 가라앉은 진흙을 다시 일으켜 참게의 잠을 깨운다. 묵직한 뜰채, 게의 파닥거림이 오른쪽 어깨를 타고 오른다.“후유” 나는 손전등으로 뜰채를
늘 그리워하고가깝다 느끼던 너에게"잘 지내니?" 한마디가이렇게 멀게 느껴질 줄이야"아프다" 말할 게 뻔한데안부를 물으려는 말끝이"너는 어떠니?"쓴 물이 올라오고위로를 건네려 쥔 손으로핑 도는 눈물
한자 숙어로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배워서 알았지만 정확히 그 말에 대한 정감은 오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게 되자 이제는 그 의미를 알아챘다.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아는 느낌이다., 머리로 아는 지식은 깨달음이지만 가슴으로 아는 의미는 훨씬 절실하다 못해 떨린다. 그래서 수구초심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고향의 집이 눈앞에 곧잘 그려진다. 우리 마을은 들 가운데 우둑 솟은 산봉우리 셋이 반원형으로 둘러있고 앞에는 너른 들판이 손바닥처럼 펼쳐져 있다. 평평한 곳에는 주요 기관 들이
당신의 뼈를 깎아 기둥을 세우고당신의 살을 발라 벽을 둘렀습니다당신의 머리카락 삼아 이엉을 엮어조랑박 구르는 초가지붕을 올리고당신의 눈을 빌려 등을 밝혔습니다당신의 사랑으로 문을 만들어애태우며 남기고 떠나신 불효자는오는 이, 가는 이, 만나는 모든 이에게제게 남기신 애달픈 사랑에 마음을나누고 기억하고 따르겠습니다
블랙리스트(black list)는 감시가 필요하거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한 명단을 뜻한다. 화이트리스트(White List)는 반대되는 개념이다.이명박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실존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7일 문성근·김미화 등 방송인 3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원고들에게 5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블랙리스트 관리와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소송이 법원에 접수된 2018년 4월 이후 5년 7개월이 걸렸다는 점이 개탄스럽다.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