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새해맞이 제야의 종을 33번 타종하게 된 이유는?

김종미 안산타임스 기자
김종미 안산타임스 기자

2024년 1월 1일 0시 안산 화랑유원지 단원각의 종소리와 함께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보신각의 타종으로 한 해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2월 마지막 날이면 보신각 주변은 타종을 구경하기 위한 시민들로 가득하거나 TV를 통해 제야의 종 타종을 시청하며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보신각 동종은 1468년(세조 14년)에 정릉사에서 주조되어 이후 원각사로 옮겨졌으나 임진왜란으로 절이 불타 종루로 옮겨졌다. 1895년(고종 32년) 종루에 보신각이라는 현판을 걸게 되어 보신각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보신각 동종은 1985년까지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칠 때 사용되었으며, 1963년 1월 21일 대한민국의 보물 제2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해 시작을 왜 보신각 타종으로 했으며 타종 횟수가 33번인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건국(태조 5년) 초기 1396년부터 도성의 4대문(숭례문, 흥인지문, 숙정문, 돈의문)과 4소문(혜화문, 소덕문, 광희문, 창의문)을 일제히 여닫기 위해 종을 쳐왔다.

새벽에 치는 종을 ‘파루(罷漏)’라고 했으며, 파루(罷漏)는 오경삼점(五更三點)인 오전 4시경 33번을 타종하여 통금을 해제하고, 도성 8문을 열어 그날의 활동을 시작했다. 33번의 타종은 불교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구하기 위하여 33天으로 분신하는데, 이에 따라 33번을 타종하게 되었다.

저녁 종을 ‘인정(人定)’이라고 하는데 인정(人定)은 밤 10시경 통행금지를 알리기 위해 28번 타종하고, 도성의 문을 일제히 닫았다. 고대 천체를 동, 서, 남, 북의 4궁으로 가르고, 각궁을 다시 7등 분한 28區(또는 28수) 내의 별자리 수에 따라 28번을 타종한 것이다.

이처럼 ‘인정’은 우주의 일월성신 28수(宿)에 고하는 것이고, ‘파루’는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의 33천(天)에 고하여 그날의 국태민안을 기원한 것으로 불교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경에 따르면,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摩耶)부인이 죽은 뒤 다시 태어난 곳이 바로 도리천이다. '도리천(忉利天)'은 불교의 개념어로 우주의 사방팔방을 33명의 신이 내려다보며 삼라만상을 살피는 곳으로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須彌山)의 정상에 있으며, 제석천(帝釋天)의 천궁(天宮)이 있는 곳이다.

제석천(帝釋天)은 '환인(桓因)' 혹은 '석제환인(釋提桓因)'이라고도 하며, 수미산 정상 도리천의 선견성(善見城)에 살면서 사천왕(四天王)을 통솔하고 인간계를 감시하는 불교 우주론에서 도리천의 천주이면서 전체 우주의 행정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수미산 정상에는 사방 봉우리마다 천인(天人) 8명 천성(天城)이 있어, 32성에 선견천을 더한 천상계(天上界) 33천을 도리천이라고 하는데, '33천'이라는 인도어를 우리말 발음으로 번역한 것이 '도리천'이다.

제야의 종 타종에서 33번을 치는 것을 '도리천'의 개념인 삼라만상을 다스리는 제석천(환인)에게 새해 만백성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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