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취재부장의 도리섬 旅歌(여행노래)

 

신동민 취재부장

신문방송학과 졸업반 시절, 국내 메이저 언론에서 펼친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에서 당시 이슈가 됐던 ‘대학생 자원봉사 학점제’를 주제로 우수상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덕분에 ‘언론고시’라 불릴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했던 해당 신문사에서 인턴으로 기자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관심도가 매우 낮았던 ‘교육’ 파트를 맡아서, 평소 엄청난 애정을 쏟던 ‘연예’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마침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경제지에서 기자모집 공고가 떴다. 경제 역시 문외한이나 그곳엔 평소 열혈독자였던 연예 전문매체도 보유하고 있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대학시절부터 주간지, 사보 등에 꾸준히 취재기사를 기재해왔던 까닭에 1차 서류전형은 무난히 통과.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날 치른 2차 필기시험은 제대로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합격이라는 기적이 일어났다. 지원자 3명이 동시에 치러 압박이 심했던 3차 임원면접도 “연예전문 기자가 하고 싶다”는 결정적 대답을 늘어놨으나 운이 좋았는지 패스.

그렇데 대망의 마지막 대표면접까지 갈 수 있었다. 수천명에 달했다던 지원자는 어느새 최종 12명으로 좁혀졌고, 역시나 ‘연예전문 기자’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늘어놨으나 “말 잘하네”라는 대표의 한마디에 왠지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곧바로 회식면접이 남아 있다고 했다. 평소 애주가로 자부해 왔던 만큼, 자신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연예부 기자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최종 12명과 임원진 12명은 고깃집에서 소주 한잔 걸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회식면접 막바지. 바로 앞에 앉아있던 임원이 영어로 뭔가를 물었다. 하필 국제부 임원이었던 것. ‘영어울렁증’으로 인해 그 유명한 ‘신발사이즈’ 토익성적이 전부인 만큼,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고배를 마셨다. 20대의 끝자락. 호주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다.

호주 시드니 ‘철도의 허브’이자 가장 분주한 전철역 중 하나인 센트럴스테이션(Central Station) 근처에 학교를 다니며, ‘영어완전정복’에 도전했으나 역시나 대실패. ‘불가능은 없다’지만 ‘안되는 건 안된다’고 실감했을 뿐.

주간평가에서 매번 탈락해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한번은 뭔가 착오가 있었는지 100불의 응시료를 내라고 했다. 다급하고 답답한 마음에 젊은 여성 담당자에게 “I'm free(나 한가해)”를 연거푸 외쳤다. 소통의 실패로 인한 오해로, 어리둥절해하던 그녀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free of charge(무료로)”라고 말했어야 했다고.

민선 8기 이민근 시장의 제1호 공약이자, 핵심공약인 ‘시민동행위원회’가 지난 13일 출범식을 개최했다. 다양한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는 취지다. 시민동행위원회가 올바른 ‘소통’과정으로,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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