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문인협회 회장 오필선
안산문인협회 회장 오필선

하얀 눈꽃을 피우던 시간도

물이 흐를 것 같지 않던 개울도

죽은 듯 앙상한 나뭇가지도

지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지나가는 시간을 마지막이라고 했다

손을 내밀어야 간신히 잡힐 것 같은

치렁치렁 늘어뜨린 푸른 이파리

어둠마저 희석되어 묽어지게

새로운 희망처럼 호수에 등을 밝힌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한다는 것

장엄하고 거룩한 생명이 잉태된다는 것

그것은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져야

웅크렸던 지난날을 지우고

내려앉은 어깨를 치켜올려

말간 하늘을 단단히 틀어쥐고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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