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취재부장의 도리섬 旅歌(여행노래)

 

신동민 취재부장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Maori)족의 전통 민요 중 ‘폭풍 치는 바다’라는 뜻을 가진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라는 노래가 있다. 우리에게는 ‘연가’라는 제목으로 익숙한.

1642년 네덜란드의 탐험가 아벌 타스만(Abel Tasman)이 발견한 뉴질랜드는 크게 북섬, 남섬 그리고 ‘뉴질랜드의 제주도’라고 불리는 스튜어트섬(Stewart Island)으로 이뤄져 있다. 북섬에는 약 100만 년 전 엄청난 규모의 화산활동에 의해서 생긴 ‘로토루아 호수(Lake Rotorua)’가 자리해 있다. 그리고 이 호수 한가운데 모코이아(Mokoia)라는 이름의 하나의 섬이 있다. 마오리족의 아름다운 전설이 깃든.

모코이아 섬에 사는 ‘히네모아’라는 아가씨와 로토루아 호숫가에 사는 청년 ‘투타네카’ 사이에 일어난 목숨을 건 ‘사랑’ 이야기로, 오랜시간 앙숙이었던 두 부족간 ‘화해’의 물꼬를 터 주기도. 마오리족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전설을 기반으로 탄생되어 마오리족의 대표적 민요로 전승된 ‘포카레카레 아나’는, 한국전쟁에 참가한 약 5300명의 뉴질랜드 군인들, 그중 7.5% 정도를 차지한 마오리족 전사들이 향수를 달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게 됐다.

북섬 최대의 도시 오클랜드에서 이른 새벽 출발, 버스로 3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로토루아. 지금까지도 활발한 지열 지대인 이곳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진흙과 분출하는 간헐천 등 ‘생명력 넘치는 지구’의 경이로운 현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독특한 유황냄새를 뿜어내는 ‘샴페인 풀’, ‘예술가의 팔레트’ 등으로 이름붙여진 각양각색의 화산 풀(Pool)들도 놓치지 말아야 할 구경거리.

이어 마오리족의 문화를 조금 더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일단 지열로 익힌 마오리식 음식인 ‘항이’를 맛봤다. 그리고 펼쳐진 전통춤 ‘하카’ 공연. 하이라이트는 젊은 남녀가 때론 구슬프게, 때론 행복하게 불러주는 ‘포카레카레 아나’였다. 아주 낯선 환경에서 아주 익숙한 노래가 울려 퍼지니 아내와 난 미묘한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제 뉴질랜드하면 가정 먼저 떠오르는 순간이 됐다.

안산문화재단은 ‘제19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시민공연에 함께할 커뮤니티댄스 시민 공연자를 최대 200여명 모집중이다. 시민들에게 축제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시민공연’은 어느덧 안산만의 축제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참여자는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창의성, 예술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시간이 한참 흘렀음에도 ‘포카레카레 아나’ 공연으로 ‘뉴질랜드’를 기억하는 것처럼, ‘시민공연’을 통해 누군가 훗날 ‘안산’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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