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4월 20일은 제39회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 UN총회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세계 모든 국가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1981년 4월 20일 ‘제1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였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종류는 15가지로 신체외부적 장애(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 언어, 안면)와 신체내부적 장애(신장, 심장, 호흡기, 간, 장루요루, 간질), 정신적 장애(지적, 자폐성, 정신)로 분류된다. 신체내부적 장애인은 의학적인 치료가 중요하지만, 신체외부적 장애인나 정신적 장애인에게는 교육적 접근이 보다 더 중요하다.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부족으로 인해 많은 오해도 있지만 특히 시각장애인을 가까이 접해보지 않은 경우에 잘 알지 못해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각장애인은 모두가 완전히 보이지 않는 맹인은 아니다. 시력이 약하지만 어느 정도 물건의 형태를 구분하거나 돋보기나 확대 독서기 등을 이용하여 책을 읽을 수 있는 저시력을 가진 경우도 많다. 또한 시각장애인은 눈을 다 감고 있는 것도 아니다. 눈이 초롱초롱하게 잘 생긴 사람도 있고, 눈을 잘 뜨고 있어 그냥 볼 때는 전혀 시각장애인 같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흰지팡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시력의 정도에 관계없이 시각장애인이다.

시각장애는 현재까지는 ‘시력장애’와 ‘시야결손장애’로 나뉘며 장애등급은 장애정도에 따라 1급에서 6급으로 분류된다. 중도시각장애인들은 주로 녹내장이나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유전에 의한 경우가 많은데 언제 나타날지, 어떤 속도로 진행될 지 아무도 모른다.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20대에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60대에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사람은 1년 사이에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악화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10년 이상에 걸쳐 점점 나빠지는 사람도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는 경우, 갑자기 맹인이 된 사람보다 심리적으로 오히려 더 불안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전혀 안 보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항상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보행(步行)할 때 시각장애인이 정안인(시력이 정상인 사람)의 팔꿈치를 잡고 걷게 되는데, 좁거나 혼잡한 곳을 지날 때는 가끔 옆의 보행자와 시각장애인이 행인과 부딪칠 때가 있다. 이럴 때, 일반보행자가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과 아울러 순간적으로 곱지 않은 말을 내뱉고 갈 때가 종종 있다.

시각장애인인 줄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일상에서 항상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바라볼 때 동행자로서 몹시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이럴 때 한 번 더 돌아보고 흰 지팡이를 들고 있는 시각장애인이라면 “미안합니다.” 라고 먼저 인사를 나누면 좋겠다.

시각장애인 교사에게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 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 라며 지하철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지하철 승강장에는 타고 내리는 출입문에 번호(예: 1-1, 1-3...)가 지정되어 있으므로 평소 본인이 이용하는 지점의 번호를 익혀 출입문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러면 타는 지점과 내리는 지점이 익숙해져서 눈을 감고도 지팡이로 방향을 인지하여 혼자서 통근이 가능하다.

낯선 장소에 갈 경우에는 이용하는 역에 미리 전화(교통약자 지원 서비스 1,2,3,4호선 1577-1234. 5,6,7,8호선 1577-5678)를 걸면 공익요원이 나와서 승하차를 지원해 주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시각장애로 인해 지하철의 흔들림에 대응이 느려 서 있을 때 쉽게 피로해지고, 가끔은 어지럼을 강하게 느끼기도 한다.

‘교통약자석’을 찾아가면 이미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앉아 있기도 하고, 흰지팡이를 들고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젊은 사람이 왜 여기 앉아 있느냐”고 호통을 치는 어르신들이 있어 가능하면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앉을 좌석이 없어서 일반좌석 앞에 서 있을 때면, 앞좌석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려서 느낌으로 자리가 비어있는 것 같은데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마냥 서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느 날은 너무 답답해서 지팡이로 앞좌석을 살짝 쳐 봤더니 좌석이 비어 있어서 앉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아! 정말 그렇겠다. 좌석을 양보는 못하더라도 좌석이 비었다고 말해 줄 수는 있는데......’ 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안다면 “여기 좌석이 비었어요.”라고 말 해 주었을 텐데 안타까웠다.

임산부를 위한 방송을 하듯이 “‘주위에 흰 지팡이를 가지고 있는 시각장애인이 있으면 빈자리를 안내해주십시오’라고 안내방송을 해 주면 어때요”라고 물었더니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요”라고 하였다. 임산부 좌석에 일반인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시각장애인과 공동으로 좌석을 이용하면 어떨까? 일상에서 일반인이 베푸는 작은 배려로 가끔은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