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호 기자

결국 꼬리는 잘렸다.

지난 11일 단행한, 다분히 한 개의 과를 겨냥한 이번 소폭인사는, 인사권자의 의도대로 와~스타디움 대관과 관련한 담당자의 책임을 묻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겠으나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꼴이 됐다.

체육진흥과가 속한 안전행정국의 행정사무감사를 하루 앞두고 처리된 이번 인사에 해당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필두로 한 21명의 안산시의원 전원은 한 목소리로 시의 인사 시기와 인사 사유에 대한 비판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특히 7명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이 포함된 기획행정위의 의원들은 주미희 위원장을 위시해 거의 분노에 가까운 목소리를 표출했다.

행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위원장의 발언, 행감을 무력화하고 의회 전체를 무시했다는 다른 민주당 의원의 발언은 같은 당 인사권자에게 하는 발언 치고는 꽤 수위가 높았다.

이런 식의 인사는 33년 안산시 역사에 없었다고 성토하고, 의회를 무시한 처사에 행감을 보이콧 하겠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이 그리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현장의 분위기는 굳이 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8대 안산시의원들의 예기치 않은 단합(?)을 유발한 이번 인사에 대한 세간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작 대관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안산시와 안산도시공사 수장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됐음에도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한 공무원들에게 애꿎은 화살이 돌아갔다는 중론이다.

게다가 와~스타디움의 신천지 대관과 관련해 시는 처음부터 불허 방침을 고수했다는 해당 국장의 발언은 이번 인사의 불합리함을 더욱 부각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시는 원칙적으로 불허방침을 고수했지만 안산도시공사 사장 취임 이후 위탁기관인 도시공사의 입장이 바뀌어 이런 사단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와 시장 입장에서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인사이동이기 때문에 해당 공무원들의 공적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거였다면 굳이 시기가 이때였어야 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8대 안산시의회가 개원한지 3개월.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생애 첫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들의 치열한 준비가 “아직 업무파악을 못했다”는 허무한 답변으로 돌아오게 만든 이번 인사는 누가 뭐래도 시기적으로나 방법적으로 잘못됨이 분명하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해당 국장과 과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시장에게 인사에 대한 부적절성을 수 차례 직언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단행된 이번 인사는 전적으로 시장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이번 인사가 불러온 후폭풍이 앞으로 4년의 시정 운영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이 두 눈과 두 귀를 막는 고집이라면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과오를 덮기 위해 행한 시장의 명분 없는 사인 하나로 잃은 직원들의 신뢰와 의원들의 분노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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