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안산의 현직 시장이 재선을 목표로 야심찬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출마 기자회견문을 다 읽은 후, 질문에 나선 몇몇 기자들은 질문 서두에 ‘먼저 출마 선언을 축하드린다’ 는 인사를 건넸다.

그렇다. 안산의 4년을 책임진 시장이 앞으로의 4년을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나선 자리는 응당 축하할 만한 자리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비춰 보면, 회견장을 찾은 기자들과, 어쩔 수 없이 현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공무원들 중 누구도 맘속에서부터 온전하게 우러나오는 축하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11시 기자회견 시간에 맞춰 약 7분 전 건물 앞에 여유 있게 도착한 기자가 회견장에 들어선 시간은 기자회견을 불과 1분여 앞둔 시점이었다. 그것도 종종 걸음으로 헐레벌떡 뛰다시피 이동했기에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늑장을 피웠으면 제 시장의 첫 몇 마디와 볼 만 했던(?) 몸싸움 광경은 구경도 못할 뻔 했다.

이유인 즉, 브리핑룸이 위치한 구 단원보건소 건물의 모든 출입구가 폐쇄된 까닭이었다.

문 앞에는 ‘청사 방호 관계로 출입문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의회 뒷문으로 돌아 구 보건소동으로 연결된 2층으로 올라가니 실로 오랜만에 목격하는 ‘공무원 인간방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면이 있는 기자가 다가서자 20여명쯤 돼 보이는 공무원 방패는 홍해가 갈라지듯 양쪽으로 길을 열며 통과시켜 줬지만, 제 시장의 화랑유원지 추모공원 건립 추진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포함한 모든 일반인의 출입이 원천 봉쇄됐다.

현직 시장이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데 청사 방호라니... 비가 많이 내리는 관계로 건물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얼른 입구로 뛰어 왔다가 출입문 폐쇄로 먼 길을 돌아가는 바람에 비를 듬뿍 맞아 불쾌한 개인적인 마음까지 더해, 정말 어이가 없었다.

제 시장이 첫 마디를 꺼내자마자 말을 끊고 제 시장에게 다가간 시민이 제 시장 측 관계자의 물리적인 방해를 받고 회견장에서 쫓겨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과연 제종길 시장이 공무원들에게 청사 엄호를 요청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무슨 권한으로 공무원들에게 시장의 경호(?)을 요구했으며, 그 많은 공무원들이 자신의 열일을 제쳐두고 문 앞에서 철통 방어를 하고 있었을까. 또 그들의 심정은 과연 정말 결의에 찬 제 시장을 보호하겠다는 충성심으로 가득찼을까?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이번 제 시장의 출정식은 결코 대다수의 안산시민들에게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 역시 과거 군부독재 시절을 연상시킬 만큼, 아니 군부독재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기자의 입장에서는 얼마 전 관람한 영화에서나 나올 법 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기자회견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원천 봉쇄하고서는 1시간 뒤 이어진 ‘원팀’의 기자회견장에는 공무원을 보낸 제 시장의 해명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하다. 이 역시 자신이 지시하지 않은, 일개 공무원의 과도한 충성의 발로일 뿐이라고 해명할 것인가?

이래저래 씁쓸한 출정식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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