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새마을문고 안산시지부 회장

눈에 들어오는 산과 들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마치 파스텔 톤 느낌이 드는 수채화 속에 서 있는 느낌마저 든다.

일상이 되어버린 노적봉 산책길이 그 어느 때보다 정겹다. 산수유 노란 꽃이 진 뒤로 벚나무와 진달래가 일시에 꽃망울을 터뜨렸다. 어디 이뿐이랴, 무릎을 구부리고 눈맞춤을 해야 눈에 들어오는 제비꽃과 냉이꽃, 꽃다지도 꽃망울을 열었다. 무릎을 구부려야만 눈에 들어오는 작은 꽃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또 다른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지난휴일엔 노적봉에도 상춘객들로 붐빌 정도였다. 그만큼 노적봉은 지역주민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는 공원임에 틀림없다. 조그만 바람짓에도 눈꽃처럼 휘날리는 벚꽃, 벚꽃들…. 떨어지는 꽃눈을 맞으며 팔짝팔짝 뛰노는 꼬맹이들의 모습이 그림엽서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다.

함박눈처럼 떨어지는 벚꽃, 벚꽃들. 그날도 오늘처럼 벚꽃들이 속절없이 떨어졌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는 날이다. 속절없이 벚꽃처럼 떨어져 하늘의 별이 된 희생자들,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프다. 지금까지 세월호에 관한 뉴스가 우리들의 가슴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세월호에 관한 뉴스를 대할 때마다 가슴 답답해 한숨이 절로 나온 때가 태반이었다.

차디찬 바다 밑에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 온 지도 1년이 되었다. 아직도 선체는 목포신항에서 옆으로 누워있다. 건강한 사람도 한이 많으면 정상적으로 걷질 못하고 비틀거린다. 옆으로 누워있는 세월호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 세월호 선체 바로 세우기 작업이 본격화 되리라고 한다. 하루 속히 선체가 바로 서있게 되어 그날의 모습을 낱낱이 세상에 밝혀야 한다. 더욱이 아직도 미수습자 5명을 우리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 또한 속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세월호 추모문화제가 곳곳에서 열려 그날의 아픔과 앞으로의 과제를 각인시켜주고 있다. 각 방송사별로 세월호에 관한 다큐와 스페셜 특집이 이어지고, 노란색 리본이 물결처럼 흔들리고 있다. 세월호 뉴스만 보아도 가슴이 저려왔던 지난 세월이었다.

오늘은 우리 안산에서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영결추도식이 화랑유원지에서 열렸다. 유가족들과 고위공직자,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고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어야 된다는 각오를 다졌다. 참석한 사람들의 모습이 숙연하기 그지없다. 이제 화랑유원지의 정부합동분향소도 철거될 예정이다. 철거가 되도 세월호 슬픔까지 철거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할 정치꾼들이 도처에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가짜뉴스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을 아직도 아프게 만들고, 정당마다 세월호에 관한 관점이 너무나 달라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정당별로 서로의 이익에 따라 주판알 튕기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이 시대를 사는 한 국민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 몇 가지 중에 노란색이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있고부터, 노란색 리본을 달고부터 노란색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가슴 한 부분이 저려 와 지금까지 노란색을 잘 쓰지 않고 있다. 세월호에 관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노란색 물감을 꺼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

4년 전, 그날도 오늘처럼 벚꽃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 꽃잎이 떨어져야 열매가 맺히는 법, 오늘의 추모제로 인해 세월호 열매가 이제는 맺혀야 한다. 그것도 아름답게 맺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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