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환 KTF 부사장, 끊임없는 학습이 광고 ‘대박’
장애 극복하고 세계적인 마켓팅 전문가로 ‘우뚝’

‘쑈를 하라, 쑈를 해’라는 광고를 보면서 누가 저런 아이디어를 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 광고가 연재식으로 TV화면에 나오는 것을 보면 평범하면서도 사람들 머리에 빨리 각인되는 마력을 지녔다. 그가 바로 조서환(52) KTF부사장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조 부사장의 인생이야기를 통해 살아가는 동기부여를 제공받는 기회가 된 안산시 CEO 아카데미의 강연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주>

조서환 부사장은 장애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상이군경자이고 국가유공자다. 육군 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복무하던 어느 날 그는 사병들에게 수류탄 투척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순간 한 병사가 수류탄을 놓쳤다. 그대로 두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스물 세살의 조서환 소위는 즉각 수류탄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수류탄은 그의 손을 떠나기 전에 그의 등 뒤에서 터져버렸다. 그는 오른 손을 잃고 등에는 수많은 파편이 박혔다.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고 군 병원에 누워 있을 때 그의 애인이었던 지금의 아내가 찾아 왔다.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그가 용기를 내서 물었다. 아직도 나를 사랑하냐고….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크게 두 번 끄덕거렸다. 그는 순간 세상을 모두 얻은 듯 기뻤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여자의 행복을 위해 남은 인생을 모두 바치겠다고….

그는 인생의 첫 번째 모티베이터가 바로 아내임을 강조한다. 그녀를 위해 평생을 위해 살겠다는 생각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힘이었음을 밝힌다.

그의 인생 모티베이터는 ‘아내’

그러나 만만치 않은 사회로의 입성은 좌절이라는 힘든 것을 겪게 해줬다고 털어 놨다. 단지 국가유공자라는 이유로, 한쪽 팔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히 서류심사에서 탈락했으며 심지어 국가유공자를 우대한다는 말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치가 정말 홀대받고 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는 그다.

마지막 찾아간 애경그룹에서 그는 운명적인 취업을 하게 된다. 국가유공자란 것을 감추고 면접을 봐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가족란에 있는 인적사항을 본 면접관의 질문에 그만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장애유공자란 사실을 털어놔 그 자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사무실 문을 나섰다.

그는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할 말은 하고 나오자는 심정으로 다시 면접실을 찾아가 국가유공자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능력을 듣지도 않고 면접하다 그만두라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며 핏대를 높이며 나오려 하자 당시 사장이었던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결정으로 입사를 하게 됐다는 것.

지금이야 장 회장을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한낱 아주머니 같은 표정으로 동정하는 눈빛이 역력했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는 그다.

자신은 가진 것이라고는 손하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출발하는 그다.

애경 입사 이후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공항에 피켓을 들고 나가 바이어를 만나는 것이 줄곧 일이었다는 그는 처음에는 피켓들고 외국인들 맞이하려고 회사에 들어왔냐는 생각에 정말 한심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자심감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 내가 영어를 남들보다 좀 할 줄 알아서 이렇게 선택받아 일을 하게 됐는데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얼마나 보람 있는 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일이 즐거워졌다고 털어 놨다.

그래서 자신감이 생기고 동기유발이 되고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임을 인식했다. 자신감이 있으면 안 될 것이 없었고 단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유일한 문제였다는 것이 그의 성공 논리다.

그는 3C를 강조한다. 먼저 도전(Challenge)을 해야 하고, 도전하기 위해서는 변화(Change)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창의적(Creative)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3C를 갖춘 사람이 바로 마케팅의 적임자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도 받지만 그 스트레스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企' 자가 사람 인(人)으로 시작하듯이 결국 기업은 사람으로 출발해서 사람으로 끝난다는 것도 논리를 편다.

그런 사람은 어떤 상태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을까? 바로 모티베이션, 동기가 유발됐을 때 생산성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작년에 KTF가 수도권에서 엄청난 성장을 거뒀다. 리더십이라는 것이 서번트리더십, 슈퍼리더십 등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 키워드는 모티베이터다.

서번트리더십이 왜 필요했는지를 따져 보면 결국 사람을 동기부여하기 위한 툴이라는 거다.

도전과 변화 즐기고 창의적이어야

마케팅에서도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마케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개의 경우 소비자를 이해했다고 하지만 겉만 이해하고 속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소비자의 행간을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 하는 것이 마케팅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사실 의식주처럼 겉으로 나타나는 소비자의 니드는 잘 알지만 진짜 혁신적인 제품은 소비자의 니드가 없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라고 설명이다.

어느 면에서 마케팅이란 발현되지 않은 소비자의 욕구를 끄집어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시장 선점이 가능해진다는 그의 논리. 시장을 선점한 상태에서 중요한 것이 브랜딩이라는 것. 시장은 선점했는데, 브랜드를 법적으로 등록해 놓지 않아서 너도 나도 다 쓸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애경에서 가장 히트한 상품이 하나로 샴푸와 2080치약이다. 하나로 샴푸는 당시 세 번째로 시장에 진입한 제품이었지만 고객 지향적인 마케팅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됐다.

당시 경쟁사에서는 모두 제품 이름 앞에 '샴푸와 린스가 하나로'라는 문구를 내세워 광고를 했다.

그래서 그는 '샴푸와 린스가 하나로, 하나로 샴푸' 이렇게 광고했으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세 개의 광고를 보고 남는 단어는 '하나로'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6개월 만에 샴푸 시장에서 1등을 했다. 그의 마켓팅 전략이 대박을 터뜨리는 순간이었음을 회상한다.

어려울수록 시장을 세분화하라

또 하나, 2080치약은 IMF 때 나온 건데 당시 경쟁사들은 토탈 기능의 치약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내세운 것은 '20대의 건강한 치아를 80대까지'라는 슬로건이었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시장에 나와서 폭발적인 매출을 일으키고 1년 만에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람 있는 것이 애경에서 화장품 사업을 일으킨 것이다. 처음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을 때 애경은 세제 이미지가 너무 강했어요.

그래서 애경이라는 이름을 철저히 감추고 프랑스 마리끌레르 잡지사의 이름을 빌려와 브랜드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여드름 전용 화장품, 모공 전용 화장품 등으로 화장품 기능을 분리시켜 제품을 출시한 것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애경에 근무하다 그는 외국기업에서 4년간 유학(?)을 하게 된다. 애경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데 뭐 하러 옮길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국적기업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근무해보고 싶어 미국 다이알사와 스위스 로슈사에서 각각 2년간 4년을 일했다.

애경을 떠나면서 장영신 회장님께는 필요할 때 언제든 다시 부르면 와서 근무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사실 다시 부를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아마 회장님께서 4년이면 대학공부 마칠 정도의 시간이니까 그쯤이면 됐다 생각하시고 부르신 것 같았다.

그 후 기존 분야와는 전혀 다른 KTF로 자리를 옮겼고. KTF에 온후에도 많은 히트상품을 만든 그다.

처음 마케팅전략실장으로 와서 음성통화 시장에서는 1위 사업자를 이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는 통찰력을 기르는 비법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전체를 뛰어넘기보다는 부문별 1위를 차지하는 시장 세분화 전략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20대는 나(Na), 30대는 드라마(Drama)였고, 두 브랜드 모두 부문별로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마케팅을 하면서 길러야 할 것이 통찰력(insight), 직관력(intuition), 지식(knowledge), 경험(experience) 이 네 가지다.

이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체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되는데 그것이 바로 독서다. 두 번째는 '왜 그렇게 됐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의문부호(?)를 갖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의문을 갖다 보면 문제해결 방법이 나오게 마련이다.

거리를 지나는데, 어떤 사람 눈에는 길에 떨어진 쇳조각이 돈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떤 사람 눈에는 단순한 쓰레기로만 보인다.

같은 사물을 놓고도 통찰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직관력은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된다' 하는 판단이다. 2080치약을 마케팅 할 때 토탈 기능이 아니라 2080이라는 딱 한 단어만 사용해 성공했다.

지식은 말 그대로 공부를 통해 습득하는 것이다. 경험은 '과거에 이렇게 했더니 됐어, 실패한 것은 이것 때문에 실패했어'를 통해 노하우를 쌓아나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남과 다른 사고가 결코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박현석 기자 phs@ans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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