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상(운문)
부산시 동여자고등학교 2학년 임서윤

눅눅한 귓바퀴로 걸어보려 했다

재생해둔 명상 영상에서는

자꾸 발가락에 힘을 빼 보라고 하는데

연신 발버둥을 치게 되었다

발목을 타고 걸어 올라오는 해조류 때문에

차가운 몸을 움직여야만 했으므로

오늘의 체온은 말하기 말하기 어려워요

서식지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온도

정상 체온 36.5도라고들 하지만

자정이 지난 나의 방은 너무나도 어두워요

옷장 속에서는 젖은 울음소리가 떠다니고

몇 번 입지도 않은 교복에 비늘이 돋아났다

튀어나오는 갯바위 같은 기억들

복식호흡을 하며

그 사이를 헤엄쳤다 밤마다

나의 귀에서는 아가미가 자라고

덜 발달한 사람의 귀에는 아가미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었다

적어도 내 귀엔 선명하니까

귀에 아가미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체온은 더욱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심해어를 두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체온이 쉽게 변하는 체질이 된 것도

이상하지 않다

요즘의 나는 어디서든 생선 눈알을 하고 있으니까

허리춤에 부레가 만져지지만

좀처럼 위로 가는 일은 어렵고

수심이 깊은 탓에

36.5도를 훨씬 벗어난 몸을 가지게 되었다

차가운 발가락에 힘이 빠지고

해조류는 여전히 끈적하고 따끔하게 다가왔지만

더욱 낮아진 내가 된다면

나를 영영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남은 내 체온을 끌어올린 뒤

물보다 시린 밤을 감싸 안고 잠이 들었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