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상(운문)
경상북도 칠곡군 장윤덕

 

역 대합실에 지하도에 차디찬 시멘트 아스팔트 바닥에 웅크리거나 엎드려 신문지를 덮고 중얼중얼 염불을 외우는 신불들 때로 술에 취해 걸치고 있는 남루마저도 벗어 던지고 고래고래 쌍욕을 쏟아붓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체면도 남들의 시선도 아랑곳 않는 그들이 진정 큰스님이다 칼날 같은 바람과 끈질긴 모래알갱이 자꾸만 눈을 비비고 보아도 세상은 언제나 흔들리는 법 바구니에 천 원짜리 몇 개 탁발된다 한들 치아 사이에 끼는 건 고기가 아니라 푸른 이끼인 것을 아플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소주 한 모금으로 달래는 정진 극심한 고통이 얼굴을 짓이겨도 정신은 언제나 하수구의 물처럼 고요하다 서서히 맑아진다 부서진 뼈가 엇갈리게 붙어버린 노구의 몸을 이끌고 더 낮고 깊은 곳으로 흘러가는 저 육신 등을 뉘일 수 있는 조그만 공간만 보여도 일찍 동안거에 드는 신불들 아무리 꽁꽁 싸매도 어디선가 새어 들어오는 외풍은 연신 몸을 타종한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울려 퍼지는 범종소리

신 가까이 있는 사람이 신불이다

오늘 아침 강추위에 며칠 전부터 시름시름 앓던 최고참 큰스님 세상의 시름 신문지 수의를 입고 열반에 드셨다 탈락하여 하얀 천을 덮어쓰고 들것에 끌려나오는 어둠 죽음만이 빛으로 가는 문을 연다 열반에 든다 한들 진정 사리 한개 남기지 못하는 소주병이 바람에 나뒹군다 떠오르는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빛이 난다 바람 따라 밀어주는 대로 쩌렁쩌렁 풍경소리 울려 퍼진다 모서리에 부딪혀 금이 간다 부서진다 청명한 소리가 날카로운 빛이 된다 상처 하나 생기지 않는 바람이 연신 불어대는 면벽

품다 가버린 만큼의 사유가 흰색 래커로 표시된 요람

비워진 자리 순번처럼 어둠이 밀려들어도 한동안 아무도 눕지 않았다

神佛寺에 신불이 하나 둘 자꾸만 열반에 든다

*신불 - 신용불량자를 줄여서 신불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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