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운문)
평택시 한광고등학교 3학년 최제헌

 

하늘에서 별이 똑똑 떨어지면

손으로 잡아내 전봇대의 등을 갈아 끼우는 아버지

낮에는 보이지 않던 동네의 풍경이

아버지의 손길을 따라 밝아지고 있다

그림자가 밝은 걸 본 적 있니

아버지가 반딧불이처럼 골목을 돌아다니며

오르내린 전봇대 위의 발자국이 환해졌다

발판 볼트 위로 차곡히 쌓여가는 수많은 밤들과

휘청거릴 때마다 발목을 붙잡아주었던 첫째라는 이름의 날개

아버지는 동네 막다른 길까지도 밝히고 나면

피곤이 눈동자 속 빛을 가리곤 했지만

저녁에 밝은 사람은 자기뿐이라며 웃곤 했다

뒷주머니에 꽂아 넣었던

장갑을 끼고 주먹을 쥐었다 피는 아버지

손에 담긴 결의는 늘 반짝이는 것이어서

놓쳐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나무 같은 전봇대가 깊숙이 뿌리내린

빌라 숲은 아버지와 나의 서식처

안전모에 눌린 부스스한 더듬이에 땀이 맺히고

아버지는 잠깐 나무에 기대어 얕은 숨을 내뱉는다

한 마리의 반딧불이가 빛을 모으는 동안

머리 위로 노랗게 퍼지는 하루의 결실

밤하늘의 선을 긋는 비행운에 별 하나가 걸리자

오늘따라 아버지의 하루가 유독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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