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운문)
경기대학교 2학년 이채령

내 아버지는 몸 속에 돌덩이를 키운다

링거액 방울방울 흩어지는 둔탁한 소리

달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헛구역질처럼 숨어들고,

병실에는 허기진 아우성만 울리는 중이다

날이 갈수록 사막화가 익숙하다는 아버지,

몸 속에 끝 없는 사막을 만들어서

배를 치는 모래 바람이 휘날리고 있다

점점 아버지 눈은 아득하게 감긴다

햇빛이 눈을 할퀴는 아침녘,

인기척 하나 없는 방문에서

오래 웅크린 기억이 흘러나온다

문지방을 밟고 전해오는 아버지 냄새

가장 굵은 알맹이로 가슴에 자리 잡는다

잘록해진 허리에 물이 차올라,

낙타만한 웅덩이를 이룰수록

아버지는 사막처럼 메말라갔다

마치 떨어지지 못하고 남은 모래가루처럼

넓적하게 눌린 입술 사이로 토사물이 뛰쳐나오고,

발자국처럼 길게 눌어붙은 흑색 담석들

달처럼 누렇게 뜬 눈동자가 감기려는 밤,

오아시스처럼 멀어지는 아버지 숨 소리

나는 마치 오래되어 바스라진 지도를 살피듯이

가까이 다가가 아버지 얼굴 위 먼지를 쓸고, 귀 기울인다

자꾸만 파동을 만들며 울고 있는 링거액

나는 가느다란 돌덩이를 끌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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