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부문)
부천시 상인초등학교 6학년 이서우

얼마 전 우리 집 대청소를 했다. 전에 샀던 장난감들을 버리고 서랍을 정리하다 ‘할리갈리’ 라는 보드게임을 발견했는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평범한 보드게임이지만, 나에겐 깊은 추억이 있는 기억의 조각이다.

막 초등학교를 들어갔을 무렵, 거실에 가족들과 둘러앉아 종종 보드게임을 했었다. 우리 가족은 대가족이다. 엄마 아빠 나 할머니 할아버지. 그래서 다 같이 모여 자주 보드게임을 했다. 요즘에도 가끔 텅 빈 거실을 보면 그때가 생각나서 울컥할 때도 있다.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니지만 세월이 지나며 모두 바빠지고, 나도 다니는 학원이 늘어서 가족들과 보낼 시간이 조금씩 적어지고 있던 것이었다.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춘기도 오고 기분도 싱숭 생숭 해지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나의 행동에 스스로 가끔 놀라기도 한다. 그렇지만 절대로 내가 가족을 좋아하는 마음이 바뀐 건 아니다. 단지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조금씩 달라지는 것뿐이다.

솔직히 잘 지내다가도 언제부턴가 가족과 조금 멀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다 같이 모여 저녁밥을 먹는 저녁 시간이다.

어머니는 일이 바쁘셔서 거의 내가 잘 때 들어오시긴 하지만, 주말에는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 주신다. 엄마가 바쁜 탓에 할머니께서 저녁밥을 해주신다. 도란도란 모여 저녁을 먹는 것은 좋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얘기를 나누는 횟수도 조금 적어지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너무 바빠서 다 같이 모일 때도 많이 없는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바쁘셔서 내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모여서 저녁만 먹고 같은 곳에서 자기 일만 하는 게 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은 요즘은 조금 서러운 기분도, 허전한 기분도 들게 된다.

친구들은 내가 부럽단다. 집에 가족들이 없으면 자유를 느낀다나? 겪어보면 그렇지 않다. 차라리 다 같이 보드게임 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나는 이제 ‘어른’이라고 느끼는데 부모님의 눈에는 아직 눈앞에서 기던 ‘갓난아이로 보이는 것 같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자주 부모님과 다투기도 한다. 이렇게 쭉 써놓으니 반성문을 쓰는 것 같다. 그만큼 잘못을 많이 하는 것일까, 부모님께 죄송할 때도 좀 많다. 12년밖에 살지 않았던 나라 많은 걸 배울 시간이 없었다고 생각하셨는지, 부모님께선 혼낸 후엔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며 나를 안아주신다. 그럴 땐 ‘이제 아이가 아니에요. 전 어른이 다 되었다구요.’농담을 치기도 한다.

언젠간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걸음마를 뗄 때가 올 것이다. 많이 허전하겠지만, 이것도 부모님께서 말씀해주신 “어른이 되어가는 법" 중 하나 일 것이다. 그렇게 좋은 직장을 찾아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호강시켜드리고 싶다.

나에게 큰 다짐이 있다면, 멋진 어른이 되어서 가족들 앞에서 당당히 어른으로 보이고 싶은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미래가 아닌 지금이라도 다시한번 텅 빈 거실이 아닌 웃음으로 가득한 거실에서 다 같이 “할리갈리"를 하고 싶다.

글을 써보니 홀가분한 기분도 든다. 처음이고 갑작스러워 익숙하지 않겠지만 가족들에게 “사랑해요" 라는 한마디라도 남겨볼까, 아니면 요리할 때 할머니께서 채소를 써는걸 도와드릴까, 모든 것이 어색한 것을 보니 난 이렇게 받는 것만 했던 거다. 쑥스럽다. 나 이서우, 이제는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께 자랑이 되는 멋진 딸이자 손녀가 되기로 다짐한다. 내 꿈은 성우와 일러스트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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