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부문)
부천시 상인초등학교 6학년 이한결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던 지난달 평범한 화요일, 하지만 난 학교에서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신다는 소식에 설레하고 있었다. 솔직히 할머니께서 내가 좋아하는 간장게장을 가져온다는 것에 더 설렜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 할머니께서는 저녁까지 공부한다고 수고했다면 나를 웃으며 반겨 주셨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하루 동안 쌓인 나의 피로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만다. 난 그런 할머니를 위해 학교에서, 학원에서, 친구와 있었던 이야기들을 목소리 높여 배우가 된 것처럼 실감 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할머니께서는 빠진 치아를 다 보이실 정도로 크게 웃으시기도 하시고, 박수도 치시면서 내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시며 즐거워하신다. 그 모습에 난 더 신나서 예전에 해드린 이야기까지 또다시 해드리지만, 할머니께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즐거워해 주신다.

“한결아, 이제 할머니 주무셔야 해”

주위 가족들의 만류로 할머니와의 이야기는 강제 종료되는 기분이었지만 나 역시 할머니께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에 신났다. 나는 할머니께서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장판 보일러 안에 물을 넣고 이불과 베개를 가져다 드렸다. 또 작두콩 차를 타 드리며 인사를 했다.

“우리 손자가 타 주는 작두콩 차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묻어나는 사랑 때문인지, 마치 내가 효자가 된 것 같은 착각과 큰일을 해낸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했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께서는 갖고 오신 간장게장으로 손수 아침 밥상을 차려주셨고, 난 이 세상 가장 따뜻한 밥을 먹고 학교로 갔다.

“할머니, 할머니랑 더 놀고 싶은데.......저 오늘 학교 가지 말까요?”

“앗, 그럴래? 할미랑 놀래?”

할머니 말씀에 순간 당황했지만, 할머니께서는 크게 웃으시면서

“아고, 우리 손자가 할미 땜에 그럼 안되지, 학교 가서 공부 열심히 해, 할미 또 올거야, 알았지?”

그날 할머니와의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난 학교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 집을 다녀가신 할머니께서 지난주 눈 수술을 하셨다, 엄마는 할머니를 간호해야 해서 병원으로 가셨고, 우리는 학교에 가야 해서 나와 동생, 아빠가 집에 남아 있었다.

할머니가 계속 걱정되었지만 할머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동생과 나는 할머니의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빨리 회복되실 수 있으시도록 또 건강이 악화되지 않게 기도했다.

1주일 후 할머니께서는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오셨다. 마침 할머니께서 퇴원하셔서 우리 집으로 오신 날이 할머니 생신이었다 지난 할머니 생신 때는 동생과 화장품을 사드렸는데 왠지 모르게 할머니께서는 그 선물에 실망하시는 것 같았다. 이번엔 특별히 할머니 생신과 퇴원을 축하드리는 의미에서 편지를 쓰기로 했다.

정성과 사랑을 담은 편지를 할머니께 드리니 할머니 얼굴엔 함박웃음이 폈다. 나는 할머니의 웃는 모습이 더 보고 싶다. 그 웃음은 언제나 힘을 주는 비타민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할머니는 나의 첫 번째 팬이시다.

할머니께서 우리 엄마를 낳아주셨기에 지금의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더 고맙고 감사하다. 이 감사함을 지금부터 조금씩 조끔씩 표현하고 할머니와 함께 나누려고 한다.

“나의 첫 번째 팬이 되어주신 할머니,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나는 할머니를 통해서 알았다. 나눔이 갖는 행복을 그리고 나의 나눔의 시작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 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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