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뜨락 간판을 보는 순간 어렸을 적 뛰놀며 마냥 즐겁기만 했던 시골집 빈터를 떠 올렸다. 여름이면 잡초 그리고 이름 모르는 하얗고 노랗게 핀 꽃이 한데 어우러진 풀과 나무를?

그런 뜰을 떠올리게 한 음식점 간판이 눈을 붙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식탁 위에 A4 크기의 종이를 한 사람 앞에 한 장씩 갖다 놓았다. 그 종이를 들고 도대체 무어라고 써 놓았는가? 읽어 보았다.

청국장 이야기이며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글이었다. ‘수어지교’는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 또는 부부 사이처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의미하는 말이다.

식당 주인이 자기 업소를 찾아오는 손님에 대한 마음이라는 말 같았다. 더불어 손님과 식당 주인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갖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인 듯싶었다.

「청국장은 지방에 따라 담복정, 뜸뜸장이라 하며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식품으로 된장의 일종이다. 청국장은 6개월 이상 숙성시켜야 먹을 수 있는 된장과는 달리 두세 달 후면 먹을 수 있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발효한 건강식품이다.」 용지에는 그런저런 청국장 종류와 사람의 건강에 좋다는 청국장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며 사장님을 찾았다. 사장이라는 건장한 남자가 주방에서 일하다 나왔다. 그리고 가까이 와 “주인 유효종입니다. 무엇이 잘 못 됐습니까? 불편을 끼쳐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잘 못을 지적해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조금은 남다른 태도였다.

“아닙니다. 제가 사장님을 뵙자고 찾은 것은 식탁 위에 놓인 종이에 쓰인 ‘수어지교’라는 그 글을 왜? 써 놓았을까? 그 사연이 궁금해서였답니다.”

식당의 유호중 사장은 “아! 그러세요. 그것은 무엇보다. 제가 저의 식당을 찾는 손님에 대한 마음가짐이라는 의미로 쓴 것입니다. 그렇게 이해를 해 주시면 됩니다. 물고기에게는 물이 필요하고 물은 물고기가 있어야 하듯, 손님에게는 질 좋은 음식이 필요한 것 맞지요? 또한, 제게는 보다 많은 손님이 있어야 하기에 수어지교와 같이 식당 주인과 손님 간의 사귐 그것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래서 수어지교를 써 놓고 보고 또 보고합니다.”라면서“또한, 도시공간은 어디에나 딱딱하고, 삭막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옛 시골의 뜨락을 떠 올려 상호를 뜨락이라 명명했습니다. 뜨락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만이라도 도시공간을 벗어나 시골의 부잣집 울타리 안 널따란 공간을 연상케 하고자 상호를 정했답니다.”하고 말했다.

그래 맞아 ‘수어지교’는 유효중 사장뿐만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그런 자세여야 한다. 그래야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한국인 누구나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수어지교, 물과 물고기의 사귐 그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를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그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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