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칼럼

한정규 문학평론가

서해 인천앞바다 저 멀리 풍도를 가기 위해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 선창에서 배를 탔다. 풍도가 가까워질수록 바닷물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반겼다. 춤추는 사이사이로 배들이 통통 소리를 지르고 또 다른 놈은 돛을 펼쳐 느린 보 거북이처럼 바다를 떠다녔다.

풍도선창가까이 다가가자 반가워요,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하며 풍도 산마루에서 파란 잎을 단 5백 살도 더 먹었다는 은행나무가 가지를 흔들며 맞이했다.

은행나무가 반기는 손짓을 보고 선창에 발을 딛자 풍도를 소개하겠다는 표시판이 앞을 가로 막았다. 그리고 표시판이 시킨 대로 하라했다. 그 소개를 받고 마을 안길을 따라 가니 언덕이 나오고 언덕 옆 공터에 70세가 넘어 보이는 남녀가 함께 앉아 있었다.

그들에게 산마루 은행나무이야기를 묻자 풍도 보물이라 하며 육지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 은행나무가까이 가 인사를 하고 간다며 풍도를 지켜 온 전설의 나무라고 했다.

내가 은행나무 너를 보기위해 육지에서 왔다고 인사를 하고 바닷가를 둘러보았다. 바다는 쉬지 않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출렁, 텀벙, 소리를 내고 탱고 춤을 그러다 섬 갯바위를 두들 겼다. 갯바위가 울음을 쏟아 내도 파도는 아랑 곧 하지 않고 갯바위를 때리고 또 때렸다. 그렇게 갯바위는 어느 날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이 매를 맡고 또 맡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런 갯바위를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풍도 선창 서남쪽 끝자락 갯바위가 구멍이 뻥 뚫렸다. 뚫린 그곳이 세월 따라 조금 더 크게 조금 더 크게 변하다 어느 순간 너는 너 나는 나 그리고 갈라섰다 한다.

그래서 풍도의 볼거리가 됐다 한다. 풍도를 찾는 육지 사람들은 그곳을 찾아 인사를 하고 간다. 하루에도 수없이 찾아오고 간다. 그 때 마다 바다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콧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파도 소리라 하며 좋아한다.

풍도의 선창마을엔 젊은이들 보다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많다. 그들은 모여앉아 풍도를 찾는 사람들을 반긴다. 그리고 풍도의 이모저모를 이야기 해 준다. 지상천국이 따로 없이 그곳이 지상낙원이다.

매연이며 흙먼지를 풍기며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도, 윙윙 굉음을 지르는 오도바이도, 절도, 강도도 없어 대문이 필요 없이 이웃이 모두 사촌이요, 모두가 모두를 위하는 마음이 부모자식과 다르지 않고 슬픔도 함께하고 즐거운 일도 함께 한다 했다.

뿐만 아니라 풍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봄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계절에 맞춰 출렁 출렁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준다. 그 노래 소리, 춤 따라 저 멀리 북태평양 중국의 남 동해에서 고기들이 원정을 나와 놀아 주기도, 때론 먹고 사는 일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했다.

춤추는 서해바다 그 속에 우뚝 솟은 풍도 한번 쯤 가봄직한 곳이다. 가고 오는 길에 물은 덩실덩실 춤을 추고 바닷길을 내주며 어서 오세요, 조심해 가세요, 그리고 또 오세요? 그렇게 인사를 했다. 풍도 바닷길 파도가 마치 풍도의 홍보대사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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