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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민  본보 편집국장
임성민 본보 편집국장

인간의 욕심은 무한하고 영원하다. 불변의 진리다. 인간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수도사나 스님들이 욕심의 상징인 속세를 떠나 하는 행위들을 ‘고행(苦行)’이라 한다. 쓰디쓴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논리다.  

그 욕심들 중 가장 으뜸은 단연 ‘돈’과 관련이 있다. 재물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기본적인 생리 본능을 제외하면 그 어떤 욕구보다 강력하다. 그러한 욕구가 순기능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경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동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방향이 잘못되거나 강도가 지나쳐버릴 경우 인간은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도구인 돈에 의해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결코 영원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하찮은 존재에게 영혼과 사랑과 행복까지 내어주는 무모한 일을 감행한다. 사랑과 행복, 명예와 생명까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착각에 이르게 된 인간의 종말이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는 수많은 역사의 사례들에게서 배우고 교훈 받고 있지만 인간의 돈에 대한 욕구를 식히고 정화하는 일에는 매우 역부족이었다. 

최근 전세사기 문제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품고 힘들게 일해 애써 마련한 1-2억의 전세금을, 욕심으로 똘똘 뭉친 의도적인 사기 범죄에 내어주고 거리로 쫓겨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와 탐사 프로그램의 전파를 타고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일들로 인해 절망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들도 나오고 있다. 결코 영원할 수 없는 것을 잃은 일 때문에 스며든 낙심이 영원보다 소중한 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자 우리 사회는 우리나라와 볼리비아, 인도 정도에서만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이 ‘전세’에 대한 회의적 비평을 내놓고 있다. 사실 오래전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매매가와 전세가에 별다른 차이가 없거나 도리어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임대계약 형태로 자리 잡은 전세라는 제도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사기라는 범죄까지 그 틈새를 노려 수천명의 서민들의 가슴에 구멍을 뚫게 만들고 있으니 소위 작전세력이라고 불리는 자들의 욕심은 가히 천인공노할 만한 수준이다. 

사실 전세는 집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는 적은 자본으로 부동산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타인 자본을 지렛대로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소위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전세보증금을 무이자로 차입할 수 있어 이자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세입자에게도 장점은 존재한다. 매매보다 적은 돈으로 거주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주거 이동이 잦은 경우에도 전세는 유리하다. 또한 매매에 대한 세금 부담인 취득세나 보유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부동산 하락이라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뭐니 뭐니해도 매달 사라지는 돈이 발생하는 월세보다 돈이 그대로 묶여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거래 당사자들의 이익이 서로 상충되지 아니하고 어느 한 쪽이 현저한 손해를 보지 않는 측면에서 상호 이익을 담보로 거래하는 행위는 욕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이익을 나누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사회 현상이다. 부와 재물을 가진 것 자체가 악은 아니며 이를 추구하고 적정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상에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는 경제활동은 건전하고 바람직한 사회인의 모습이다. 결국 욕심은 상대방의 이익도 내 이익 만큼 소중하다는 생각을 전제로 할 때 통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바람직한 방식과 방향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서민들의 건전한 욕구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거대한 이득을 편취하려 속이고 빼앗는 행위는 엄벌에 처해야 할 만큼 극악한 범죄다. 국가는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도 마련해야 하겠지만,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이 속한 공동체를 보호하고 건전한 경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범죄세력들을 발본색원하여 우리사회에 거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을 정도의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마땅하다. 

사실 이러한 범죄가 이토록 대형화될 줄 예상치 못했던 것이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세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원흉이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갭)가 작은 경우엔 적은 돈으로도 여러 채를 사서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갭투자가 성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전세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며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일조하는 순기능도 있다는 논리로 방치돼왔다. 

사회심리학에서 소망이든 희망이나 욕망이든 뭔가를 바라고 얻고자 하는 노력은 사람을 움직이는 심리적 동인이라고 말한다. 바라고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인간은 움직이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원하고 바라는 것이 없는 인간은 움직이고 행동하는 일에 소극적이거나 자발적이지 못하다. 바라고 원한다는 것은 인간의 역사를 발전시켜 온 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숭고한 동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누군가를 속여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고 그러한 자기최면에 오랫동안 방치되다 보면 그것이 당연한 이치이고 더 나아가 실력이라는 왜곡에 젖어 들게 된다. 더 가지려고 옳지 않은 방법을 동원하고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 폭주하는 것은 실력이 아니다. 오히려 무능이다. 따라서 욕심은 무능한 자들의 자기방어 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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