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애 안산시 상하수도사업소 소장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었지만, 물 없이 산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영국의 철학자 위스턴 오든이 한 문장으로 표현한 ‘물의 중요성’이다. 왜 학창시절에도 배우지 않았던가.

물은 지구 표면의 75%를 덮고 있으며, 인간의 몸 구성 물질의 약 70%를 이루고 있다고. 다만 이토록 중요한 물이건만 이를 무심코 잊고 지내기 십상이다.

안산시는 지난 2월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3년 물 종합기술 연찬회’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안산시의 깨끗한 ‘물’에 대한 노력은 대단했고, 의미있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안산시 상하수도사업소’가 있다. 한명애 안산시 상하수도사업소 소장을 만나본 까닭이다.

 

 

Q. 안산타임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A.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물’과 관련한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환경에 대한 개념이 높지 않던 시기였는데 마음이 갖다. 대학교 3학년 때 환경수질 기사자격증 1급과 2급을 획득했다. 1986년 10월부터 안산시 하수처리장 보건기사보 7급으로 ‘수질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도에는 '환경=생존'을 각인시킨 페놀 오염 사건이 터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고 정수장에 전문직을 필요로 했다. 마침 국가에서도 연구직을 선발하고 있어 심사숙고 끝에 지원했는데,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아 28살이란 나이로 6급 계장이 됐다. 경기도에서 최연소로 알고 있다.

이후 안산시 정수과에서 근무하며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과장직을 수행했다. 산단환경과에서는 ‘백연저감 방지’라는 지역 맞춤형 사업도 진행했다. 2018년 다시 정수과로 복귀, 2019년 단원구청 환경위생과를 거쳐 지난해부터 안산시 상하수도사업소 소장을 맡고 있다.

 

Q. 안산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됐는지.

A. 부모님부터 안산에서 살았다. 중학교 무렵 공단으로 지정되는 과정도 직접 봤다. 한번은 아버지가 평소 ‘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알고, 안산시에서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면서 운영요원을 선발한다고 귀띔해줬다. 그런데 알아보니 당장 다음날 신청 마감이었다. 부리나케 서류를 준비해 제출했는데, 마침 환경수질 기사자격증 보유자가 드물던 시기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시댁 식구들도 안산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들은 안산에 자리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Q. 안산시 상하수도사업소에 대한 소개.

A. 팔당댐의 지표수를 수원으로 안산정수장, 연성정수장 및 가압장 4개소, 배수지 12개소, 마을상수도, 소규모 급수시설 각 1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상수도 보급률은 99.8%에 달하며, 6년 연속 92%의 유수율을 관리하고 있다.

참고로 안산시는 1996년 제정한 환경경영에 대한 국제인증기구인 ISO(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정수장의 환경방침, 추진계획, 지속적 개선활동 등 정수장의 환경경영체제 평가에서 2000년 10월 최초 획득 후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최고의 수돗물 공급과 맑은 하수처리’를 경영 철학으로, 보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수돗물 공급과 품격 높은 행정서비스 요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요즘 시민의 건강한 일상생활 영위를 위해 수요자 측면에서 상수도 행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운영방침을 설정했다.

전 직원은 주민생활과 밀접한 여러 부서에서 다년간 근무하면서 쌓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 방침을 공감하고 소통하며 시민행복 실현을 위한 고객만족 서비스와 신뢰받는 수도행정을 구현하는 핵심업무를 담당하는 주체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Q. 그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는데, 원동력은 무엇인지.

A. 미국환경자원협회(ERA)에서 주관하는 먹는 물 분야 국제숙련도 평가에서 ‘만족’ 판정을 받아 9년 연속 최우수 실험실, 환경부에서 주관한 ‘2022년 일반수도사업 운영 및 관리 실태 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기관, 행전안전부 주관 '2021년 국가핵심기반시설 재난관리평가' 식·용수 분야에서 안산·연성 정수장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A등급'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환경부에서 주관한 ‘정수장 위생안전 인증 시범사업’에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최우수 등급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컨벤션홀에서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해 열린 ‘2023년 물 종합기술 연찬회’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1464억원을 투입해 매설 30년이 지난 노후 수도관을 전량 교체하고 ‘스마트 물 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등 안산시의 깨끗한 ‘물’에 대한 노력은 대단했고, 그 결과 뛰어난 성과를 도출해 냈다.

더불어 안산시는 전문관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우수한 직원이 장기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근무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 직무 능력 향상 및 자격증 취득을 위해 직접 강사를 초빙해 교육도 실시했다. 무엇보다도 업무에 대한 전 직원들의 열정이 있었다고 자부한다. 아마도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원동력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Q. ‘물’과 관련된 외길인생을 걸어오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A. 수돗물의 안정성과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2003년 경기도 최초로 병입 수돗물 '상록水'를 선보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직원공모를 통해 '상록水'로 브랜드를 결정하고, 실용신안도 획득했다. 연간 40만병 가량을 생산해 공공행사장, 재난지역 등에 무상으로 공급했다. 반응도 매우 좋았다.

심각한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면에 상록수 1.8ℓ 2천병을 긴급 지원한 바 있다. 이는 남부 도서 지역 가뭄 극복을 위한 행정안전부의 ‘먹는 물 기부 릴레이’의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안산시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2019년에는 플리스틱 사용 감축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짐에 따라 페트병에서 250㎖, 300㎖ 종이팩으로 변경해 환경보호와 예산절감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창출해 냈다. 마침 산단환경과에서 근무하던 당시 지역에 우유회사 공장이 있던 것이 떠올라 아이디어를 냈다. 종이팩에 우유 대신 안산시 수돗물을 담아보면 연간 12.6t 정도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개당 114원이 절약돼 연간 약 8000만원의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소량생산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위탁생산이 힘들어 안산시에서 직접 생산해 보자는 판단으로 여러가지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종이팩 상록水’가 탄생하게 됐다.

‘종이팩 상록水’는 안산에서 열린 제65회 경기도체전 기간 중 3만5000팩이 공급돼 현장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타 지역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문의도 많이 있었다.

안산시 자체 수돗물 브랜드 ‘상록水’ 등의 활동을 통해 제15회 경기공무원대상 연구·지도 분야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도 함께 했다.

 

Q. 공공하수관로 390km에 대한 기술진단 진척상황.

A. 해당 사업은 누수로 인한 지반 침하를 사전에 예방하고 하수배제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하수관로의 연결 상태를 진단하는 사업으로 2022년 11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공정율은 14%로 진행 중이다. 기술진단이 완료되면 이를 토대로 공공하수관로 개선방안을 수립해 시민생활안전을 확보하고자 한다.

 

Q. 국내 최대 물산업 박람회인 ‘2022 WATER KOREA’에서 인상적인 부분.

A. 국내 최대 물산업 박람회인 만큼 상수도시설물 개선에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및 제품을 전시하고, 상하수도인 체육대회와 교육 세미나까지 정말 알찬 박람회였다. 특히 상수도 정책 세미나가 인상적이었다. 최근 이슈가 많았던 정수장에서의 유충 관련 세미나에서 소형생물 발생 원인과 대응방안 등을 다뤘는데 타 정수장 대응 및 운영개선 사례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안산시 정수장에서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개선사항은 무엇인지 점검해 보는 시간이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A.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물이다. 때문에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공급받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상하수도에 관한 최첨단 기술과 시설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지금, 사명감이라는 것에 생각이 머물게 된다. 끊임없는 발전을 이끄는 것은 인간의 의지이며 그 방향은 시민의 안녕과 각 가정의 행복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맞춤형 상하수도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보다 엄격한 수질관리, 보다 철저한 공급관리를 통해 시민들이 믿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고품질 수돗물 공급과 더 나은 상하수도를 만들기 위해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

 

Q. 끝으로 안산타임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A.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아마도 물처럼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자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구절이 있다. 말 그대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길러주나, 결코 그 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내 것만 위하려는 ‘이기심’이 아닌 남의 것도 위하려는 ‘이타심’을 배울 수 있다. 또한 막히면 돌아서 흐르는 물은 유연하나 바위도 뚫는 엄청난 힘도 있다. 더불어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도 갖추고 있다. 비록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건만, 그럼에도 물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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