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안산사생회 회장

 

‘진정한 예술가는 영감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상상력의 천재’로 불리는 살바도르 달리의 명언이다.

낯설던지 익숙하던지. 모든 미술 작품에는 작가의 인생을 투영하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때론 말없이 편한 위로를 건네며, 때론 편견을 허물 수 있도록 동반자 역할을 해준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영감을 발산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 ‘안산’의 사회와 문화적 시각을 반영하며, ‘상상’을 '현실'로 그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뮤즈(영감을 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안산사생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희 서양화가가 그 주인공이다.

 

Q. 안산타임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A.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실기교사교육을 전공했다. 6년이라는 준비기간 동안 서예, 한국화, 서양화 등을 다양하게 배웠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내안의 시선’, ‘엄마의 바다’ 등 24회에 걸쳐 개인전을 개최했고 2022년에는 제24회 안산국제아트쇼 개인 부스전 등에도 참여했다.

이밖에도 한국-베트남 미술교류전, 한국미술의 조망전, 공공미술프로젝트 ‘이용후생’-반월이야기전, 단원작가회전 등 다양한 단체전 및 초대전에 함께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회룡미술대전 우수상을 비롯해 글로벌미술대전, 대한민국 수채화대전, 환경미술대전, 경기미술 대전, 목우공모전 등에서 15회 이상 수상하는 영광을 함께했다. 경기미술 대전 등에서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Q. 안산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됐는지.

A. 강원도 속초에서 나고 자랐다. 바다를 테마로 그린 작품이 많은 까닭이기도. ‘호’ 역시 ‘아름답고 맑다’는 의미를 합친 ‘가린(佳潾)’으로 붙였다. 1986년 남편이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안산에 자리잡게 됐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제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이곳에 정착해서 황기선 스승에게 사사 받았다. 당시 운영하던 매장의 직원이 어느날 부곡동에 인상적인 그림을 전시해 둔 주막이 있다고 귀띔해줬다. 황기선 스승이 운영하던 곳으로, 알고보니 작가들의 아지트로 유명했다. 막걸리 한잔 마시러 손님으로 찾아갔다가 귀중한 인연을 맺게 됐다. 미술을 대하는 자세 뿐만 아니라 엄청난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안산지부(안산미술협회), 단원작가회, 안산사생회, 하늬바람회 등 지역에서 미술을 통한 교감을 해왔다. 현재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도슨트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고잔동 썬라이즈 빌딩 1층에서 아트엔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문화자원봉사로 안산시장 표창을 받았던 뜻깊은 추억도 있다.

 

Q.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안산지부에 대한 소개.

A. 단원 김홍도 고향답게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화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안산지부에만 300여명이 포함돼 있다. 전국적으로 봐도 큰 규모다. 해마다 전시회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규모 만큼이나 작가들의 수준도 상당하다. 안산지부 서양화 분과위윈장을 역임한 바 있다.

 

Q. 하늬바람회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A. 2001년부터 다양한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했는데, 마침 뜻이 맞는 제자들과 뭉쳐 설립했다. 시인으로 활동하는 회원의 남편이 붙여준 이름으로,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란 의미다. 서쪽에 자리해 있는 안산에서 미술을 통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2012년 1회 전시회를 시작으로, 이후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5월에는 김홍도 미술관에서 ‘제 11회 하늬바람展’을 개최했다.

 

Q. 안산에서 기억에 남는 미술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선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유치부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창의미술을 가르쳤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미술은 ‘상상’ 속에도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도 항상 찾아 볼 수 있다. 미래의 새싹들에게 미술을 통해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하고, 행복했다. 운영이 결코 쉽지 않지만 화실을 꾸려가는 이유도, 그런 공간을 마련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림을 배우려는 시민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최근에는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커피와 아트가 만나는 쉼이 있는 공간’을 테마로 ‘Coffee Art Refresh’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브로셔에는 ‘Regarden’ 이란 작품을 넣었다. 자연으로의 회귀에 대한 생각을 토대로 그렸는데, 누군가에게 ‘마음의 쉼’이 되어주고 싶다.

 

Q.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A. 물감이 없어 흑백으로만 그리고 캔버스 조차 구매하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수채화를 그렸던 판넬을 뜯어내고, 입고 있던 청바지 2벌을 찢어 그대로 덧붙였다. 청바지 위에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과 시계모양을 표현했다. 그리고 ‘도시의 사람들’이란 작품명으로 ‘2010년 대한민국 회룡미술대전’에 출품해 우수상을 받았다. 지금도 화실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놨다.

더불어 LP판과 CD에 와이파이 마크를 조합한 작품도 마음에 든다. 자유로운 소통을 표현하고 싶었다.

 

Q.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안산의 이슈.

A. 단원 김홍도 고향인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공급은 엄청난데, 상대적으로 수요가 너무 부족하다. 전시회를 위한 대관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래도 상록구청사 내에 지역예술인 지원과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 제공을 위한 혜안갤러리와 같이 좋은 기회가 생겨 반갑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A. 오랜 시간 수채화를 그렸고 현대미술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요즘에는 황토, 커피가루 등의 재료를 활용한 작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서양미술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몽골 서북부 암각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유의 문양이 마음에 든다. 여기에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도 농축돼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암각화’하면 ‘이정희’를 떠올릴 수 있는 화가가 되고싶다.

 

Q. 끝으로 안산타임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A. 안산타임스 오피니언 지면을 통해 매주 서양화와 동양화를 주제로 칼럼이 소개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 모두가 미술에 조금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