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취재부장의 도리섬 旅歌(여행노래)

 

신동민 취재부장
신동민 취재부장

아내는 20대 초반부터 호주에 머물며 상당 시간 영주권을 준비했다. ‘이민자의 천국’으로 불리던 호주는 필요한 직업군을 선정하고, 영주권 심사에 우선권을 배정했다. 아내는 당시 영주권을 준비하던 이들에게 인기가 높던 요리를 선택했다. 낮에는 요리 대학교를 다니고, 틈틈이 식당 주방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그 과정에서 30대를 앞둔 시점에 잘 다니던 신문사에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떠난 워킹홀리데이를 마무리하고, 귀국편 비행기 삯을 마련하기 위해 주방보조를 하던 나를 만났다.

결국 ‘장거리 연애 불가론’을 고수하던 나는 학생비자로 변경을 위해 잠시 한국에 왔다 다시 호주로 떠났다. 그렇게 우린 호주 시드니 외곽 디와이(DeeWhy)라는 곳에 머물며 3년 넘게 연애를 했다.

헌데 갑작스럽게 상황이 돌변했다. 영주권 심사에서 우대를 받던 요리, 미용 등을 부족직업군에서 폐지한다는 발표였다. 어쩔 수 없이 영주권 취득이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답장’을 고대하며 마냥 시간을 흘려보냈다.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대답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어찌나 답답하던지. 그럴때면 디와이 인근에 있는 이름모를 호수를 찾고는 했다.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앞으로의 인생을 고민했다.

지난 18일 시청 본관 제1회의실에서 이민근 안산시장의 ‘신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취재 과정에서 꼭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최대한 눈에 잘 띄는 자리를 선점하려 서둘러 회견장을 찾았다. 앞에서 둘째줄. 선방했다. 마침내 시작된 질의응답 시간.

정해진 시간, 각 언론사들에서 뿜어내는 취재열기로 질문을 할 수 있는 경쟁이 치열했다. 열심히 손을 들었지만,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회견장을 나서는 길. 이민근 시장과 마주쳤다.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아 상황을 설명하고 2가지 질문을 건냈다.

허나 분주한 분위기 속에 제대로 전달됐을까? 사무실로 돌아와 절차에 따라 답변을 듣기 위해 공보실로 똑같은 질문을 보냈다.

다음날. 핸드폰이 울렸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답장’이 돌아왔다. 이민근 시장으로부터. 빠듯하게 돌아가는 스케줄 속에 흘려보낼 수도 있건만, 잊지 않고 응답해줬다.

문득 취재 차 만난 한 안산시 관계자가 떠올랐다. 이민근 안산시장이 정책특강으로 진행한 ‘안산의 새로운 가치와 변화’에 대해 들었다는 안산시 관계자는 “늘 시민 곁에서 함께하며 시민 존중 원칙의 약속을 지키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정운영을 펼치는 모습을 보며 안산을 진짜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껴졌다”며 “사람이 예뻐보이긴 처음”이라고 귀띔해줬다.

‘중립’을 고수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소통’이 주는 힘을 몸소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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