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옥 안산소비자시민모임 대표 인터뷰

매년 12월 3일은 ‘소비자의 날’이다. 소비자의 권리가 점차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유무형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디지털 환경이 발전해 나갈수록 소비자들은 언제든 취약 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 우연히 받은 ‘한통의 전화’를 계기로 3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소비자들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해오며, 정부 포상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 목련장’까지 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공정옥 안산소비자시민모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소비자를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공정옥 대표를 안산타임스가 만나봤다.

공정옥 안산소비자시민모임 대표
공정옥 안산소비자시민모임 대표

 

Q. 안산타임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A. 이름 그대로 ‘공정’하게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산소비자시민모임을 30여년 가까이 이끌어 오고 있다. 1992년 설립된 안산소비자시민모임은 ▲안전성 ▲투명성 ▲지속성이라는 3가지 큰 활동 축을 근거로 자발적인 운동을 펼치며, 소비자 주권 확립 및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쌀과 고기 등의 정량조사, 유류가 조사, 교복 대물려 쓰기 등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의 실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이슈들을 짚어왔다.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초대 회장 및 안산환경개선 시민연대 이사장, 공단배후도시 공해업체 민간 감시원, 수원 지방법원 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등으로도 활동해왔고 안산시 기관 및 단체장 등 지역사회 리더들의 모임인 안산시 광덕회 12대 회장을 역임했다.

Q. 안산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됐는지.

A. 벌써 45년전 일이다. 그때만 해도 지명이 안산이 아닌 화성군 반월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오빠가 정치인으로 활동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감시와 견제가 심했던 시기였다. 그 과정에서 서울 봉천동 인근에서 살던 가족 모두가 안산으로 오게 됐다. ’참 살기 좋은 동네‘라는 첫인상이 남아있다.

Q. 지난해 안산소비자시민모임이 30주년을 맞이했는데.

A.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유통기한 조사를 비롯해 교복 대물려 쓰기 유류가 조사, 쌀·고기 등의 정량조사, 소비자 대상 표준기술 세미나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실익을 주는 역할을 쉼없이 펼쳐왔다. 또한 전국 유일의 소비자평생교육원 ‘소비자정보대학’을 운영하며, 전문적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1600명이 넘는 졸업생 배출했다.

전문 소비자단체로 지역사회 뿐 아니라 대한민국 소비자 운동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고 자부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가 아니기에 재정적인 어려움도 따르지만 소비자 리포터 회원들과 소시모 회원,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활동하고 있다. 늘 감사한 마음이다.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더욱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안산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12월 14일 한양대학교 에리카 게스트하우스에서 ‘30주년 기념행사·후원회’를 진행했다.
‘안산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12월 14일 한양대학교 에리카 게스트하우스에서 ‘30주년 기념행사·후원회’를 진행했다.

 

Q. 어떻게 소비자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A. 네명의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던 중 당시 반월신협 이사장이었던  이건우 선생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남편이 반월신협 부이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건우 선생이 6개월 넘게 몇 번 해보라 추천했지만 사양했다. 이건우 선생은 로컬푸드의 개념도 없던 시기에 일본과 활발히 교류하며 선구자 역할을 했던 분이다. 그러던 어느날. 안산역 뒤쪽, 유통센터 2층에 자리해 있는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실에 함께 간 적이 있다. 마침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혼부부였는데 500만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가구를 장만했는데 하자가 생겼음에도 대리점에서 제대로 AS를 해주지 않는다고 서럽게 울었다. 딸 같은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대리점에 전화를 해보니 소비자상담실로 연락해보라는 뻔한 멘트만 반복했다. 그래서 직접 본사 사장과 통화해 담판을 짓고 문제해결을 약속받았다.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해보자‘고 결심했고 그렇게 소비자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공정옥 안산소비자시민모임 대표
공정옥 안산소비자시민모임 대표

 

Q. 안산소비자시민모임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A. 음식점 고기 양과 가격표시 기준을 법제화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2006년 3월 한 소비자와의 상담으로 시작됐다. 가족들과 모처럼 외식을 하러갔는데 소고기등심 4인분을 시켰는데 아무래도 그 양이 부족했다는 것.

그렇게 33개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고기실량 부족이 문제가 아니고 1인분의 기준이 없어 각 식당마다 제각각 표시가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6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고기정량조사를 실시했고 정부관계부처인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계량협회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마침내 고기정량 KS법제화가 국회를 통과했고 2013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단위 100g당 가격표시가 전격 시행됐다.

쌀 20kg포대 허용오차 범위 정량부족을 지적해 변화를 이끈 것도 잊지 못한다. 이 역시 소비자 상담을 통해 이뤄졌다. 관련 보도자료를 오후 6시에 배포했는데, TV 9시뉴스에 곧바로 방송되며 전국 소비자들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당시 문제가 됐던 업체는 억 단위 광고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문제가 되다보니 각목을 들고 사무실 앞까지 찾아와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고성을 지르고 엄포를 놨다.

대화를 요청했고 조사결과물을 바탕으로 정확한 팩트를 지적하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소비자운동이라는 것이 잘해도 인정받기 힘들고, 못하면 더 욕을 먹기 마련이다.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Q. 정부 포상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는데.

A. 제25회 소비자의 날 기념식에서 그동안 권익 증진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이라는 영광스러운 수상을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든든하게 그리고 묵묵하게 지원해준 소비자 리포터 회원들과 소시모 회원, 후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늘 감사한 마음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더욱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

제25회 소비자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한 공정옥 안산소비자시민모임 대표
제25회 소비자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한 공정옥 안산소비자시민모임 대표

 

Q. 안산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한때 인구 100만 ‘안산특례시’를 기대했으나, 이제 70만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인구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인해 인근의 지역으로 터전을 옮긴 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번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안산이 유독 주유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듣고 실태파악에 나선 적이 있다. 그런데 대부도까지 포함해서 주유소가 70개 남짓이었다. 화성의 경우에는 100개가 넘었다. 인구대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보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국가산업공단지역이라는 특성상 외상거래가 잦다 보니 도산해서 줄행랑치면 고스란히 손해가 주유소로 돌아와 영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한번에 다 바꿀수는 없겠지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A.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6%가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이나 피해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특히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더욱 많은 분야에서 키오스크가 활용되고 있는 만큼, 고령자 등 디저털 취약계층은 더 큰 피해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MZ세대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 아쉽다.

새해에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소비자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답답한 세상이 아닌 함께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것을 기대한다.

안산시에서도 경로당, 노인지회 등에서 단순히 흥을 돋구거나 건강만 챙길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고령자가 겪는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교육에 관심을 보다 더 갖아 주길 바란다.

Q. 끝으로 안산타임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A. 안산소비자시민모임은 최종 소비자를 위해 일하는 단체다. 보다 나은 활동을 위해 매해 연말에는 정기적인 후원의 밤을 개최함으로써, 한해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후원을 받는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리며, 소비자운동에 적극 동행해 나가길 바란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알권리 제공을 통해 뿌듯함을 느끼는 것처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정론직필해오고 있는 안산타임스 역시 무분별하게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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