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취재부장의 도리섬 旅歌(여행노래)

신동민 취재부장
신동민 취재부장

 

흔히 ‘호주의 수도’라고 하면 ‘시드니’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6개 주로 나뉘어져 있던 호주는 1890년 하나의 독립국가를 세우기로 결정하고, 수도 선정을 놓고 7년 간 격론과 여론조사를 펼쳤다.

당시 가장 많이 발전하고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던 두 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이 최종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팽팽한 대립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 대안으로 시드니와 멜버른의 중간에 자리한 작은 도시 캔버라를 수도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 결과 1908년 시드니에서 300㎞, 멜버른에서 700㎞ 떨어진 야스 캔버라(Yass Canberra) 지역을 최종 신도시 후보지로 결정했다.

호주 원주민어로 ‘만남의 장소’를 의미하는 캔버라(Canberra)의 어원을 되새겨볼 때, 어찌보면 운명이 아니었을까?

1912년 연방정부는 캔버라에 대한 도시계획안을 전 세계에 현상공모했다. 하지만 1750파운드(약 340만원)에 불과한 상금으로 인해 당대를 주름잡던 세계적 건축가들은 아예 참가조차 하지 않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사실상 무명 건축가들의 각축장이 된 현상공모에서 미국 시카고 출신 건축가 벌리 그리핀(W B Griffin)의 계획안이 최종 선정됐다. 그리핀은 수도 건설작업에 20년을 계획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과 1929년 미국발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등을 겪으면서 수차례 건설이 중단되고야 말았다.

1939년 수도로 정해진 지 31년 만에 황무지 속에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초라한 형색이었다고. 이에 연방정부는 ‘국립수도개발위원회’를 설립하고 ‘환경친화적’ 수도 건설을 위한 장기 플랜을 내놨다. 캔버라를 디자인한 설계자의 이름을 딴 거대한 인공호수 벌리 그리핀 호수(Lake Burley Griffin)를 도시 중앙에 완성하고 그리핀 호수 남쪽은 수도행정지구, 호수 북쪽은 도심, 호수 동북쪽은 오피스 지역으로 형성된 3각 형태를 갖춤으로써 ‘호주 최고의 살기좋은 도시’로도 선정되는 등 비로소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블랙 마운틴 정상에 위치한 텔스트라 타워(Telstra Tower)에서 내려다본 캔버라 시내 모습.
블랙 마운틴 정상에 위치한 텔스트라 타워(Telstra Tower)에서 내려다본 캔버라 시내 모습.

 

블랙 마운틴 정상에 위치한 텔스트라 타워(Telstra Tower)에 올라가면 캔버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195m 높이의 ‘텔스트라 타워’에서 도시를 감싸고 있는 여의도 면적에 수십 배에 달하는 호수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탄성만 나올 뿐.

안산은 캔버라를 모티브로 조성된 선진형 계획도시다. 1970년대 제조업 중심의 반월국가산업단지를 배후로 했던 안산은 현재 인구 70만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또한 캔버라를 벤치마킹했던 것처럼 도시 내부와 외곽에는 많은 녹지가 마련되고 보전, 전국 최고의 녹지도시를 자랑한다. 공단을 인근에 두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40~50만 정도의 인구를 품을 수 있는 도시로 기획했는데, 지금은 인구 70만을 기록함에 따라 도시의 주요 기능들이 포화상태에 이르기도. 도시재생 역시 녹지, 수변, 주거환경이 잘 조합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산의 육각형 모양 도로는 교통사고 및 체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안산의 미래를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보다 고질적인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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