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취재부장의 도리섬 旅歌(여행노래)

신동민 취재부장
신동민 취재부장

 

나는 애주가다. 호주 시드니에서 4년 가까이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한인사회와 어울려 한병에 15불씩 하는 소주를 찾아 다녔다. 덕분에 영어 울렁증은 불치병으로 남았지만. 그런데 애주가로서, 핸디캡을 갖고 있다. 주량도 그리 쎈 편은 아닐뿐더러 오직 소주와 막걸리만 편애한다는 것. 와인, 맥주, 고량주, 보드카 등 여타 주종에 매우 취약하다. 폭탄주는 거의 쥐약 수준.

또 하나의 핸디캡은 사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음으로 인해 자칫 술자리에 실수라도 할까, 자제하고 또 자제해야 한다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고 가지만. 따라주는 술을 거절하지 못하고 마냥 받아먹고 만다. 특히 흠모하는 선배들의 ‘한잔’ 유혹은 뿌리치지 못한다.

그렇게 한잔씩 주고 받다보면, 애초에 다짐했던 자제의 결심은 사라지고 무장해제. 잔뜩 취기가 오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말이 짧아진다. 친구가 아닌 이상 첫인상을 안좋게 만드는 최악의 술버릇이라 할만 하다.

다음날 술이 깨고 후회막심에 강력한 이불킥을 날려보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건방진 모습을 보였다는 자괴감에 더 이상 뵐 면목이 없다.

호주 시드니 남부의 유명한 휴양 해변도시 맨리(Manly)의 대표적인 럭비팀 맨리 와링가 시이글스(Manly Warringah Sea Eagles) 스타디움 옆에는 아담한 브룩베일(Brookvale)이라는 이름의 호텔이 자리해 있다. 이 호텔의 가장 큰 매력은 한켠에 놓인 커다란 불판에 각자 스테이크를 구워 먹으며 간단한 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유학생활을 하던 어느 연말. 브룩베일 호텔을 찾아 스테이크에 호주 현지인들이 사랑하는XXXX(포엑스) 맥주를 마셨던 적이 있다.

호주 시드니 남부의 유명한 휴양 해변도시 맨리(Manly)의 대표적인 럭비팀 '맨리 와링가 시이글스' 스타디움 옆에 자리한 브룩베일(Brookvale) 호텔의 바 모습.
호주 시드니 남부의 유명한 휴양 해변도시 맨리(Manly)의 대표적인 럭비팀 '맨리 와링가 시이글스' 스타디움 옆에 자리한 브룩베일(Brookvale) 호텔의 바 모습.

 

당시 여자친구이자 현 아내는 매일 같이 술자리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나를 보며 “넌 술을 좋아하기 보단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러고보니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도 시드니 달링하버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탕수육 하나에 소주 여러병 시켜놓고 잔뜩 취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귀자고 해놓고 다음날 기억을 못할 정도로. 지금까지도 참 많이 구박받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연말. 회식 및 송년회 등 술자리 모임이 늘면서 주류 소비량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안산의 술집들도 연말 들뜬 분위기에 취해 북적북적거리고 있다. 흥겨움을 더해주는 술은 취하기 전, 적당량이 딱 좋은 것 같다. 애주가를 자부하는 나 역시 술을 줄이겠다 다짐해 본다.

한해를 열심히 보낸 안산 시민들 모두, 모쪼록 만취해서 후회하지 않는 행복한 연말이 되길 기원한다. 2022년 안산타임스 마지막 호를 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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