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의 미술세계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옛사람들에게 있어, 60년 이상을 산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더구나 부부가 연을 맺고 60년을 해로한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조선 시대 때는 결혼 60주년을 매우 축하할 일로 여겨 중시했다. 자손들은 회혼례를 성대하게 치렀으며, 화가를 불러 잔치 광경을 화첩이나 병풍 등에 그려 기록으로 남겼다.

「회혼례도」 화첩은 집 안에서 열리는 행사인, 사가 의례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부부가 무병장수하고 그 자손이 번성해야 한다는 제약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회혼례는 건강함과 부유함을 과시하는 중요한 의례였다.

오늘 살펴볼 작품은 5개의 장면 중 3번째 장면으로 헌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헌수는 부모님께 음식을 높게 쌓은 고임상을 차리고 장남부터 시작하여 가족과 친척, 그리고 하객들이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하며 축수 의식이다. 노부부는 중앙에 나란히 앉아 있다. 오른쪽 앞줄에는 흰 도포에 머리, 갓에 꽃을 꽂은 아들, 손자, 증손자가 있고, 왼쪽 앞줄에는 여러 색의 화려한 옷을 입은 며느리와 딸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제각기 독상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맏아들과 맏며느리는 헌수 자리로 나와 만수무강을 바라는 첫 잔을 올리고 있다. 대청 아래로 평복을 입은 아낙들이 자유로이 구경하고 있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

회혼례 화첩국립중앙박물관
회혼례 화첩국립중앙박물관

 

화면의 구도는 부감법으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건물과 사람이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하는데, 이는 공간감을 부여한다. 원색을 사용한 의복과 기물, 인물들의 디테일을 섬세한 필치로 정확하게 묘사하여 현장감 또한 높다.

회혼례는 노부부에게 있어서는 자녀를 잘 키워내어 집안을 번영하게 만든 보람을, 자녀에게는 오래도록 해로한 부모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느끼게 했다. 효심의 의미 외에도 회혼례도에는 가문의 역사와 우월성을 은근히 드러내는 의미도 있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조선 후기엔 높은 벼슬을 지냈던 사람이 회혼을 맞으면 나라에서 궤장을 내려 축하했다.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의 기대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회혼을 맞이하는 것은 매우 귀하고 축하할 만한 일이다. 질곡 있는 삶 속에서도 희로애락을 같이 하며 걸어온 부부에게 있어, 회혼은 그 자체로 위대한 업적이다. 노부부가 손잡고 가는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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