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숙의 미술세상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존 컨스터블이 자연적인 화가가 되고자 했다면, 코번트 가든의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터너는 숭고함을 갈구했다. 숭고함을 위해 터너는 웅장한 풍광, 극적인 일기 등을 스케치하며 여행을 했고 전시할 때는 자주 시구를 인용했다. 낭만주의 시를 읽거나 낭만주의 음악을 들을 때 우리가 상상하게 되는 것은 영혼을 뒤흔들고 마음을 압도하는 이러한 풍경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터너에게 있어서 자연은 항상 인간의 감정을 반영하고 표현한다.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부딪히게 되면 압도당하고 자신이 아주 작은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자연의 힘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미술가들을 찬탄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의 국민화가이자 미술사에서 손꼽히는 풍경 화가인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1775-1851)의 대표작 테메레르( Fighting Temeraire 1839)는 BBC 설문조사에서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 1위로 뽑혔고 영국의 20파운드 지폐의 모델이 되었으며, 꾸준히 영화나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 등장하고 있다. 테메레르는 1805년에 트라팔가르 해전에 참전하여 프랑스, 스페인 연합함대를 물리치고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전설적인 군함이다. 이러한 영국 해군의 상징과 같은 군함도 수명이 다해 템스강에 있는 조선소로 예인되어 가는데 그 모습을 직접 본 터너가 퇴역하는 전함을 기리기 위하여 남긴 작품이 <전함 테메레르>이다. 그림에선 군함의 퇴역하는 모습이 웅장하게 표현됐다. 당시 군함은 돛대 등 쓸만한 것은 모두 제거된 상태였지만 터너는 돛대 3개를 복원하고 배를 황금빛의 섬세한 붓질로 윤곽을 잡았다. 선체는 흰색으로 장엄하게 묘사해 이 배에 경의를 표했다. 그 앞에는 군함을 증기기관의 힘으로 견인하는 검은색의 작은 예인선이 있다. 예인선은 검은색과 오렌지빛 연기를 뿜어내며 물살을 가르는 모습으로 그려져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화면 우측에는 태양이 지고 있으며 석양의 노을이 태양을 중심으로 오렌지빛에서 황금빛으로 번져가며 푸른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윌리엄 터너 - 전함 테메레르(도판)
윌리엄 터너 - 전함 테메레르(도판)

 

터너는 석양이 지는 모습을 수채화를 그리듯 얇게 바탕을 칠 한 후 그 위로 구름을 두껍게 덧칠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서정성을 느끼게 한다. 그는 보편적인 풍경에서 벗어나 그동안 없었던 형이상학적인 미술의 새로운 풍경화 시대를 연 것이다. 터너의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현실을 정서적이고 시적인 슬프고도 애잔한 느낌으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작품 테메레르와 증기 예인선에선 영국의 영광을 볼 수 있다. 군함은 구시대의 영광을 의미하며 예인선은 증기기관으로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의 새로운 상징이다. 또한 테메레르는 60대의 나이에 접어든 터너 자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터너는 분신과도 같은 이 작품을 매우 아껴 애인이라고 부르며 비싼 가격에도 팔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국가에 기증했다. <전함 테메레르>는 1839년 로열 아카데미에서 토마스 캠벨의 시 '그대 영국의 선원들이여'의 "전쟁에서 용맹을 떨쳤던 깃발, 이제 더 이상 전함의 것이 아니네"를 인용해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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