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의 미술세계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태평성시도」는 조선 후기의 도시풍속화이고 8폭의 대형 병풍 위에 그려졌다.

성시(城市)는 곧 조선의 수도인 한성을 이름인데, 그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했다. 수많은 사람이 상업, 수공업, 농업, 건설업, 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제각기 자신의 직업을 갖고 있다. 번화가는 이런 사람들이 흘러 모여 활기가 넘친다. 그 중, 상점가 앞에 둘러선 상인과 손님들의 모습이 비중이 매우 높다.

수레와 인파가 가득하고 화려한 건물로 즐비한 거리엔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절로 들리는 듯하다. 고급스러운 마감재와 실내장식이 돋보이는 상점에는 채소, 고기, 건어물 등 식품은 물론 안경과 도자기, 담뱃대, 빗 등의 기호품도 갖추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각종 서적과 지필묵 등의 문방구들과 대자리와 옹기 등의 생활용품 등이 가득 들어차 있다.

상품들만큼이나 다양한 인간 군상 중에는 화촉을 올린 신혼부부도 있고, 장원급제자도 있으며, 귀부인, 관리, 사대부도 있고 하다못해 낙타 행렬까지 있다. 이들은 편자 박기, 씨름, 규방 생활, 투전, 그네타기, 선비들의 친목 도모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 생활감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성을 지키는 위사와 군사 훈련을 받는 병졸들, 그리고 곡예와 공연으로 재주를 뽐내는 왈패들도 등장하여 생동감을 더한다.

태평성시도-전체사진
태평성시도-전체사진

 

「태평성시도」에는 도시화와 중국의 선진 문물에 대한 동경도 담겨 있다. 도로에 면한 부분은 가게, 그 뒤는 살림집으로 쓰는 모습이 매우 익숙하다. 이렇듯 가옥의 양식이나 복식 등은 중국의 것이지만, 풍속과 기물 등은 조선의 것을 따라서 재창조하였다.

「태평성시도」의 창작 배경에는 ‘청명상하도’가 있었다. ‘청명상하도’는 중국 북송 대의 수도 개봉부의 불야성을 그린 것으로 원, 명, 청 시대에는 모사본으로 제작되었는데, 이 그림은 조선 후기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청명상하도’를 접한 화가들은 번창하는 세속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는데 치중하는 경향이 생겼을 정도이다.

그림 속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연등 중에서 ‘태평(太平)’ 모양의 연등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생계를 걱정할 것 없이 태평성대를 구가한다는 뜻이다. 이 두 글자야말로 작품의 주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태평성대를 원하는 임금의 염원이 반영되었음을 암시한다.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유토피아를 시각화한 것이리라.

조상들이 바랬던 「태평성시도」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긴 하지만, 눈부신 발전과 번영은 그림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현실이 되었다. 저마다 각자의 태평성시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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