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숙의 미술세상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지난 주말 비가 내리더니 단풍이 지고 앙상한 가지들이 유독 눈에 보인다.

나는 넓은 길을 놔두고 나무 밑 쌓인 낙엽을 바스락 소리를 들으려 꾹꾹 밟아 본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다.

금박과 기하학적 패턴이 있는 화려한 금빛의 인물화로 잘 알려진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중 부드럽고 평온한 풍경화도 적지 않다. 그는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그릴 때는 온전히 겸손한 태도로 자연을 담으려 했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는 생전 22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이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풍경화다. ‘자작나무 숲’ 연작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클림트의 자작나무 숲에는 인간이나 동물, 하늘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나무들의 아랫부분과 바닥을 뒤덮은 낙엽만 그려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낙엽의 노란색과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이 뚜렷한 계절감을 전한다. 이끼를 비롯해 간혹 보이는 초록색 식물들과 나무껍질이 자아내는 불규칙한 패턴은 클림트 화풍 특유의 신비로운 느낌을 연출한다.

작품 속에서 숲속에 쌓인 붉은 낙엽들이 단풍 문양 카펫인 양 대지를 덮고 있다. 황금빛 낙엽은 자작나무 전체에 새겨진 무늬들과 황홀한 조화를 이룬다.

클림트의 숲은 인간의 침입을 거부하는 명상적인 공간처럼 보인다.

​에로티시즘의 화가로 불리던 클림트가 이처럼 신비하고 고요한 풍경화를 그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클림트는 휴일이면 야외로 나가 풍경화를 그리곤 했다. 평소에는 매력적인 여인들의 초상화를 그렸지만 가끔은 그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것 같다.

구스타프 클림트-자작나무 숲 (도판)
구스타프 클림트-자작나무 숲 (도판)

 

화가에게 풍경화는 휴식인 셈이다. 그런데도 풍경화는 그의 특허인 황금 양식기법을 연상시킨다. 사색과 고요, 정적의 숲을 저토록 화려하게 표현할 줄 아는 화가는 오직 클림트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한편, 클림트는 패턴을 좋아했다. 특히 비잔틴의 아이콘과 모자이크 패턴을 좋아했다. 그는 종종 옷과 배경에 복잡한 패턴을 포함했다. 그의 잘 알려진 많은 작품에서도 이러한 패턴을 찾아볼 수 있다. '너도밤나무 숲'과 '자작나무 숲' 같은 클림트 풍경화에는 바닥에 있는 나뭇잎들이 아주 작은 패턴을 만든다.

또한, 그는 ​자연주의와 추상화를 결합하였는데 자연주의적인 형태와 고도로 양식화된 형태들을 나란히 배치하여 대조하는 것을 좋아했다.

클림트의 '자작나무 숲'에서 나무껍질의 질감은 실제와 똑같이 묘사되지만, 녹색과 주황색 잎에 대한 형태는 그의 해석을 더 해 추상적인 형태로 그려져 있다. 그 효과는 매우 독특함을 자아내고 클림트의 화풍을 부각시킨다.

보기만 해도 마음의 평온함을 주는 클림트의 자작나무숲을 보고 있자니

나도 시간을 내어 강원도의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걷고 싶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