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의 미술세계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대한제국 시기에는 화원이 그림 그리는 일을 전담한 관청이던 도화서가 해체되고 다양한 외부의 화가들이 궁중 회화를 그렸다. 이들은 전문예술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남긴 궁중회화를 제작하며, 화원들과는 다른 작가 의식을 가지고 더욱 창작력이 넘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장인에 가까웠던 화원이 아닌, 독창적인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근대 화단에서 풍속화의 새로운 전형을 보인 채용신이 그중 한 명이다.

채용신(1850-1941)은 조선 말기에서 근대 초입까지 할동한 화가로 초상화•화조화•산수화•영모화 등의 다양한 양식의 그림들을 매우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는 조선 특유의 초상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서양화법이나 사진술로부터 필요한 요소를 수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경지를 이루었다.

채용신의 <벌목도>는 벌목을 소재로 한 풍속화인데, 그의 작품 중에는 풍속화가 극히 드물다. 무관 출신으로 충남 정산 군수로도 활동했던 채용신의 독특한 이력만큼 그의 <벌목도>도 여러 가지로 흥미롭다. 이 그림을 「대한자강회 월보」를 발행하여 임업과 토지개량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대한자강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벌목장 인부들은 땀으로 젖은 채로 사람보다 몇 배나 키 큰 나무들을 베어내고 있다. 당시 노동 현장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화면의 네 모서리의 귀퉁이에 그려진 격자형 틀은 독특하다. 언뜻 건물 안에서 바깥쪽을 향해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전경의 소나무를 베고 있는 모습은 청록색으로 진하면서도 강하게 궁중 장식화법으로 표현하여 감상하는 이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채용신,_벌목도,그림 호림박물관_소장
채용신,_벌목도,그림 호림박물관_소장

 

화면 속에는 산 아래부터 위까지 세 무리를 두어 간격을 두고 이들을 배치하였다. 화면 아래 무리에서는 도끼질을 마친 벌목꾼들이 소나무를 밀어 넘어뜨리려 한다. 그리고 지게에 통나무를 실어놓는 인부들은 나무가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 바쁜 현장을 아이들이 지켜보는 모습도 보인다. 가운데 무리는 여러 그루의 소나무를 베어놓고 통나무에 잠시 걸터앉아 떠들어 대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화면 저 멀리에 있는 벌목꾼들은 쓰러뜨린 나무를 도끼와 탕개톱으로 자르고 있다. 그림 전체적으로 계곡을 따라 원근법으로 채색을 사용하여 사실적으로 그렸으며 서양화법을 적용한 사례들이 보인다. <벌목도>는 조선 후기의 전통이 단절된 근대 풍속화의 새로운 본보기로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벌목은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대부분 이뤄진다. 예전의 벌목은 주로 수공구로만 절단했으나 현재는 수형, 인접목, 지형, 풍향, 풍속, 절단 후를 고려한다. 여기에 목재의 손상 방지와 안전까지 감안하여 다양한 종류의 장비로 수월하게 행해진다. 이렇게 된 것이 불과 백여 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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