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김영희의 미술세계ㅣ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경남 김해에 있는 4세기 가야의 유적인 대성동 고분에서 340여 개의 복숭아 씨앗이 발견되었다. 이 풍습은 죽고 나서도 망자가 내세에서 장수와 평안함이 쭉 이어가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설화에서는 곤륜산의 서왕모가 가꾸는 천도복숭아는 3000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데 그것을 먹으면 3000년을 살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듯 복숭아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과일이었다.

조선 시대에도 복숭아는 여전히 불로장생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학과 복숭아나무를 소재로 한 그림은 궁중에서 크게 유행하여 왕세자의 혼례를 비롯해 여러 행사에 사용되었다. 여기에는 왕조가 오래도록 존속되기를 바라는 뜻도 아울러 담겨있다.

<해학반도도>는 가로 7.2m, 세로 2.7m이며, 12폭의 대형 병풍이다.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중에서 학과 복숭아를 소재로 삼아 부각하여 표현하였다. 신비한 선경이 펼쳐진 화면은 금박으로 수놓아져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무늬와 화려함을 더해준다.

해학반도도  그림 -호놀룰루미술관
해학반도도 그림 -호놀룰루미술관

 

넘실대는 바닷물이 받쳐주듯 붉은 해가 떠오르고 공중에는 백색, 청색, 녹색 등 오색구름이 가득하다. 그리고 복숭아나무에 매달린 탐스럽게 생긴 복숭아는 상서로운 기운을 담뿍 담고 있는데, 이를 배경으로 여러 마리의 학들이 자유로이 노닌다. 이 장면은 감상자를 현실이 아닌 무릉도원의 세계로 이끈다.

학, 복숭아, 물, 해, 구름, 바위, 영지버섯 등은 전통적으로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인데 이 병풍에는 청둥오리, 민들레, 나리꽃 등 다른 소재들도 포함되었다. 거기에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배경이 자리한다, 이런 점들로 인해 이 병풍은 전통적인 십장생도의 일반 병풍과는 현저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해학반도도>에 금분으로 쓰인 ‘군선공수임인하제羣僊拱壽壬寅夏題’라는 발제를 보면 1902년 여름, 고종 황제의 황수성절(임금이 태어난 날을 경축하는 날)에 대한제국과 황실의 번영을 축수하는 의미로 황실에 바쳐진 그림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순금으로 환상적이고 화려하게 배경을 연출함으로 황실의 위엄을 돋보이게 하려 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해학반도도>는 왕실용 병풍으로 제작된 십장생도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도 몇 점 없는 ‘해학반도도 병풍’ 가운데서도 수작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지원으로 보존처리를 마치고 현재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아카데미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가 유출되어 해외에 소장 되어있는 현실은 애석하다. 하지만 세계인들에게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다각도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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