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한국경진학교 정인숙 교장

30년이란 세월 동안 특수교육 현장을 누빈 정인숙 교장 은 최근 ‘인생‘샷’ Together’라는 책을 출간했다.
30년이란 세월 동안 특수교육 현장을 누빈 정인숙 교장 은 최근 ‘인생‘샷’ Together’라는 책을 출간했다.

 

30년이란 세월 동안 특수교육 현장을 누빈 정인숙 교장 은 최근 ‘인생‘샷’ Together’라는 책을 출간했다.

특수교육을 전공하던 대학교 4학년. 결혼을 하고 졸업 즈음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된 국립 한국경진학교 정인숙 교장은 8년간 전업주부로 자녀를 양육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공도 살리고,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 특수교육의 현장으로 돌아왔다고. 기간제 교사로 시작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립 한국경진학교 교장에 이르기까지. 30년이란 세월 동안 특수교육 현장을 누비며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에 2년 6개월 동안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며 소개했던 글들을 엮어 ‘인생‘샷’ Together’라는 책으로 출간한 정인숙 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특수교육을 전공해 국립 한국경진학교 교장이 되기까지.

대학진학 시, 어떤 전공을 선택하여 일생동안 그 분야에 종사하며 삶을 살아갈 것 인지에 대한 물음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육자이신 아버지와 같이 교육의 길을 걷고 싶었고, 대학진학을 위해 고민하던 중 교육학을 전공한 큰오빠가 미래 사회는 ‘복지’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분야는 많은 전문가가 요구될 것이며 이에 대한 특수교육의 선구자적 역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이에 공감이 되었고 1980년 대학에 입학하여 특수교육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사범대학 특수교육과를 전공하면 임용고시를 거쳐 일반 초중고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 특수교사로 임용됩니다. 저는 안산에 있는 국립특수학교인 한국선진학교를 선택하여 교사가 되었고, 석사과정을 마친 후 박사과정에 재학하고 있을 당시 교육부 소속기관인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 선발시험에 합격하여 교육전문직이 되었습니다. 교육전문직으로서 특수교육교육과정 및 교과서 연구, 진단을 위한 지능검사, 적응행동검사, 기초학력검사 등을 개발하였고, 진로와 직업, 평생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수교육 관련 연구를 실시하였으며 교사와 교감·교장 등을 대상으로 특수교육관련 연수 및 강의 등을 담당하였습니다. 승진을 위해서는 경력 및 업무실적 등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이를 통해 교육연구관으로 승진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연수과장 및 정보지원과장으로 업무를 총괄하였으나, 교직의 마지막은 아버지와 같이 현장에서 교육하기를 원했으므로 교감으로 전직하여, 약 7년간 업무수행 후 교장으로 승진 발령되었습니다.

다양한 특수교육관련 연수 및 강의 등을 담당했다.
다양한 특수교육관련 연수 및 강의 등을 담당했다.

 

Q 국립 한국경진학교에 대한 소개.

국립 한국경진학교는 1997년 9월에 개교한 국립 정서장애 특수학교로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 정발산 아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 과정 총 31학급에 182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으며, 재학생 대부분은 정서・자폐성장애, 지적장애 등이 있는 중도・중복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립 한국경진학교는 정서·행동 및 자폐성장애 학생의 개별 특성과 개성을 고려하여 최적화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감정 및 행동 조절의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위한 ‘긍정적 행동지원’과 사회적응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생애주기별 맞춤형 체험학습’ 운영 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자조・자립 능력을 기르고 미래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보호작업장 연계를 통한 현장실습과 지역 내 주말농장을 이용한 농장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창의융합형 교육환경에 대한 사회적 변화 요구에 따라 장애학생들에게 미래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감형 콘텐츠 체험교실 조성’, ‘무한상상실 구축’, ‘창의・융합형 정보교육실 모델학교’와 같은 공모사업을 신청하여 선정되었으며 개선사업 계획에 따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립 한국경진학교는 정서・자폐성장애 학생들이 각자의 개성과 특성에 따라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지원하는 학교입니다.

Q 30년 동안 특수교육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한국선진학교 교사 시절, 여학생 박○○은 외모가 빼어나게 미인이었으며, 성격도 좋은 착한 학생이었습니다. 이 학생은 초등학생 시절, 매우 공부를 잘하고 반장도 했던 똑똑한 학생이었는데, 낙상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지능이 낮아졌습니다. 말은 잘하고 언어소통도 잘 되었지만 중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도 글을 전혀 읽지 못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우등생인 이 학생이 글을 못 읽는다는 점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선진학교 교사일 때, 업무분장에서 방송을 담당하게 되었고, 1주일에 한번은 정규 방송으로 직접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학생들을 출연시키며 TV방송을 진행하였고, 한달에 한번은 학급자랑 방송을 녹화방송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정규방송에서 매번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특활부서로 ‘방송반’을 개설하였습니다. ‘방송반’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답변 내용 등을 잘 조합하여 ‘시’를 작성하여 이것을 외워 오면 TV에 출연시킨다고 약속을 하고 매번 원고를 녹음한 녹음 파일과 작성된 원고를 주고 외워 오도록 숙제를 내어주었습니다.

학생들은 TV에 출연하고 싶어서 집에서 열심히 녹음 파일을 듣고, 동시에 원고를 보면서 외워 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학교’, ‘우유’, ‘선생님’ 등 같은 글자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한 글자씩 알아가며 1년이 지나면서 한글을 모두 깨우쳐서 스스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적적인 사례는 정말 교육이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었고, 그때의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Q 특수교육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중학교 1학년 김○○ 학생은 매일 용돈 1,000원을 가지고 와서 학교 내의 매점에 들러 과자를 사 먹기도 하고,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빼서 먹기도 하였습니다. 점심을 식당에서 먹은 후, 교실에 와서 간식을 혼자서만 맛있게 먹습니다. 옆에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해도 절대 나누어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옆에 앉아서 선생님이 고마운 분인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여 ‘선생님은 참 좋고 고마운 분’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고마운 선생님께 자판기 커피 한잔 사 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사 줄 수 있다’고 대답을 하였으나 평소 행동으로 보아 사 주지 않을 거라고 짐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5교시가 시작되어 학생들은 특별실로 이동하고, 아무도 없는데 칠판에 빽빽하게 선, 동그라미 알 수 없는 글씨 형태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무리 읽으려 노력해도 뜻을 알 수 없어서 암호를 풀 듯이 반복해서 계속해서 보았습니다. 퍼즐을 푼 결과 ‘선생님 책상에 커피가 있으니 맛있게 마시라’는 뜻인 것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책상을 보니 식어버린 자판기 커피가 한잔 올려 있었습니다. 김○○이 열심히 선생님께 전하려고 글자를 쓰고 있는 그 모습이 짐작되어 너무나 대견스럽고 고마웠습니다. 가슴이 벅차도록 진한 감동이었습니다.

Q 최근 출간한 인생‘샷’ Together 제목의 의미는.

아무리 부유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조차 인생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통’과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고,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으므로, 늘 인간으로 태어난 모든 존재들이 ‘더불어’ ‘함께’ 각자의 삶을 조금 덜 힘들게 살아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2년 6개월 동안 2주에 한 번씩 안산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였습니다. 이런 모든 글을 대표할 수 있는 표현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 ‘인생을 함께’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여러 단어를 생각하던 중 최근 골프에 심취해 있는 큰딸이 ‘엄마 나이스 샷’ 하는데 ‘샷’의 의미가 커 보였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발사’해야만 결과로 얻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신념, 삶의 방식에 따른 인생의 ‘샷’을 행복을 향해 함께 쏘아보자는 취지로 제목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 안산타임스 칼럼리스트로서 애착이 가는 글이 있다면.

Ⅲ장 행복이야기의 「‘베토벤’의 위로」 칼럼입니다. 평소 베토벤 교향곡을 매우 좋아하는데, 가장 어려운 여건일 때 더 대단한 음악을 작곡한 베토벤의 노력과 열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베토벤은 출생부터 불우했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파혼도 당하면서 목숨을 끊을 뻔도 했지만, 1770년 출생 이후 252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음악은 변함없이 우리를 감동하게 만들고 특히 청력을 상실하는 절망을 딛고 일어서 삶의 의미를 찾아낸 교향곡 제2번은 음악의 기쁨과 위로, 환희를 느끼게 합니다.

베토벤이 인생의 쓰라린 아픔을 딛고 위대한 음악을 탄생시킨 것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어떠한 고통과 고난이 있을지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고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있다면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게 해 줍니다.

Q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혹은 책이 있다면.

영화는 ‘제8요일’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운증후군 환자 조지(Georges: 파스칼 뒤켄 분)라는 청년과 아리(Harry: 다니엘 오떼이유 분)라는 성공한 세일즈 기법 강사가 강아지의 죽음을 통한 만남이 이루어진 후, 인간관계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여러 상황에서 갈등이 빚어지지만 결국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아리는 다시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고, 조지는 친구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쓸쓸히 떠나게 되는 내용입니다. 직장생활에서 나름 성공했지만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직장인이 오히려 장애인 청년으로 인해 삶의 기쁨을 찾게 되는 과정이 일반적인 스토리에서 반전을 보여줍니다. 늘 보호의 대상이었던 장애인을 달리하여 친구로 만들고, 관객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의미를 던지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다운증후군 파스칼 뒤켄이 주인공으로 출연함으로써 낯선 장애인의 모습을 대중들이 매우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입니다.

책 『0.1그램의 희망』은 MIT 출신의 해양학 박사 '이상묵' 서울대 교수의 감동적인 인생 역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이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야외 지질연구에서 예기치 않았던 차량 전복사고로 인해 목 이하 모든 신체를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뺨을 움직이고 입김을 불어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여길 정도로 긍정적입니다. 이 교수는 인간이 얼마만큼 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항상 밝은 웃음으로 강의에 임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며 활기찬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교수로서, 학자로서, 장애인의 재활과 독립을 돕는 여러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인생 스토리는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일상에 대한 경각심과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불러 일으킵니다.

Q 좌우명이 있다면.

가훈인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인간관계에서는 지위나 처한 상황 등에 관계없이 항상 타인의 입장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마음으로 결정하고 판단하도록 노력하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고 항상 신중하게 누구나 귀히 여기며 행동을 신중하게 하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Q 30년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펼쳐질 인생 2막 계획.

특수교육을 전공한 이후, 30년 동안 장애인을 위한 연구와 현장 교육에 힘써 왔습니다. 대다수 국민이나 관계자들의 이해가 부족했던 시기에 어디서나 장애인의 이해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결과물을 산출해 내고자 하는 과정은 참으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많은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부분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도 산출하였습니다. 이제 정년퇴임을 맞은 나 자신에게 그동안의 수고에 대해 칭찬을 해주고 싶고, 위로해 주고 싶었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일들을 모두 잊기 위해 목놓아 울고도 싶었습니다.

인생 2막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기타, 피아노도 좀 더 배우고 어학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쉼’과 더불어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방송이나 신문 등 매스컴 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러한 분야에서 작게나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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