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장애인 중에서도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 지적장애인, 정서장애인과 달리 청각장애인은 외모로서는 일반인과 차이가 없지만, 청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오는 불편은 매우 크다. 상대방과 1:1로 대화를 할 때는 서로를 잘 알 수 있기에 상대방의 의사소통 방법에 맞게 배려를 하게 되고, 수어 활용이 어려운 경우, 구어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하고 필담(筆談)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매일 살아가는 일상에서 일반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주위 환경에 적응하고 함께 공존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한계가 있다.

“거리에서 혹은 매장에서 음악이 흘러 나온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 모두 음악에 맞추어 고개를 흔들거나 따라 부르고 있다. 나도 고개를 작게나마 따라 까닥인다. 음악은 들린다. 그런데 가사는 모른다. 함께 연주하는 악기의 종류도 잘 모르며 인식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가사를 외운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를 수 있어 괜히 반가워진다. 물론 음과 박자는 다 엇박자로 나가는 나는 음박치인이다”청각장애인들은 기계에서 나는 소리를 잘 들을 수가 없다. 영화관, 컴퓨터의 영상, 자택에서의 방송 모두 듣기가 어려운 영역이다. 시각적인 부분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어 통역이 필요하다.  

여행을 할 때도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인과 함께하는 여행 대부분에서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대처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박물관에서 생소한 물건들을 관람하며 독특한 양식에 흥미를 느껴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 위해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옆에 있는 물건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관람객들 모두 물건을 바라보면서 설명을 듣는다. 나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다가 끝나면 물건으로 시선을 돌린다. 다 살펴볼 틈도 없이 자리를 이동한다. 물건을 보는 와중에 다시 설명을 시작한다. 설명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이드를 쳐다본다. 금세 설명이 끝나고 물건을 보려 하면 자리를 이동한다.” 

이러한 일상 상황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먼저 여행집단에 ‘혹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한 다음, 장애인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를 묻고 일반인이 아닌 장애인을 기준으로 여행 가이드를 해주어야 한다. 지체장애인이 있으면 느리게 이동하고, 시각장애인은 설명이 잘 들리는 위치에 서 있도록 배려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입모양을 정확히 볼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하여 좀 더 천천히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한 사람의 배려는 청각장애인에게 큰 힘이 되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운동을 하고 싶어 배드민턴 동호회에 참석하였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오면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지만, 순전히 운동을 즐기고 싶어 용기를 내어 가입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게임을 하고 있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와중에 나는 홀로 뻘쭘하게 서 있는데 나의 청각 장애 특성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와 마스크를 살짝 내려 ‘ 같이 게임 하자’고 제안하고 다시 마스크를 쓴다. 대화는 하지 못하지만 ‘같이 하자’는 조그마한 행동에 큰 용기와 감동을 얻는다. 운동할 때는 몸으로 대화하는 느낌이 있어서 참 좋다”

반면에 일반인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는 장애인을 무척 힘들게 한다. 

“베드민턴 1:1 레슨을 받는다. 코치님은 마스크를 절대 내리시지 않는다. 걸리는 순간 생업과 자신에게 레슨을 받는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임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마스크’ 내려 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 몸으로 열심히 이렇게 저렇게 다 표현하신다. 내 앞으로 달려와 격한 피드백을 해주시기도 한다.”

이런 경우, 코치의 행동을 이해도 하지만, ‘청각장애인’이라는 예외 규정이 있지 않을까? 

청각장애인이 이렇게 평범한 청년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여행도 하고, 영화도 보며 일반인과 어울려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입모양 읽기를 통한 구어교육’과 ‘보청기를 통한 듣기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삶을 영위하는 것은 피땀흘린 노력의 결과이다.

청각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하루’는 일반인보다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그 장애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일반인들의 배려가 절실하다. 

“저녁이 되면 보청기를 빼고 샤워를 하고 고요 속의 망망대해에 나는 잠이 든다. 잠이 드는 순간에는 청각(소리)에 의한 방해를 받지 않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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