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김영희의 미술세계ㅣ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한양에서 금강산을 가려면 철원을 거쳐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전해진다. 겸재 정선(1676-1759)은 금강산 유람을 36세(1711)에 했었고, 그다음 해에 또다시 금강산 노정 중에 철원에 들렀다. 노년기인 72세(1747)에도 금강산 여행 도중, 철원에 머물던 스승 김창흡을 찾아갔다가 삼부연폭포의 절경에 반해 화첩 위에 그림을 남긴다.

삼부연폭포는 강원도 철원군 명성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20m 높이에 달하는 기암절벽 사이사이로 세 갈래 거대한 물줄기가 낙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룬다. 사계절 마르지 않는 풍부한 물의 양이 변함없는 위세를 자랑한다. 이런 위용 덕에 궁예가 철원을 태봉의 도읍으로 삼을 때, 이 소에 살던 용 3마리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구전됐을 터이다. 주변을 아우르는 기암괴석이 폭포의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뤄 수려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폭포수가 3번 꺾여 내려오게 하는 지형이 마치 가마솥 같다 하여 김창흡이 삼부연이라 이름을 지었다.

겸재의 <삼부연>은 다양한 필묵법과 뛰어난 준법을 사용하여 그렸으며, 청록색으로 엷게 채색하였다. 도끼로 쪼갠 듯한 부벽준법으로 거대한 돌기둥과 두툼한 화강암 암벽을 나타내고, 폭포 양쪽 절벽은 먹물을 머금은 붓으로 대담하게 쓸어내렸다. 중묵을 담은 붓질로 인해, 바위 위 소나무들과 숲은 더없이 울창하다. 한편 폭포는 희끗희끗한 바탕색 사이로 먹의 농담만으로 세찬 물줄기의 폭포를 실감 나게 표현하였다. 장쾌하고 호기로운데, 신비롭기까지 한 광경이다.

<삼부연>이 실려있는 화첩인 ‘해악전신첩’(1747)은, 정선의 금강산 그림을 주제로 자신만의 화풍을 담아낸 진경산수 화첩이다. 실제 풍경을 그대로 그리지 않고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여 자신의 심상을 담아 화면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대 최고의 문사인 김창흡, 이병연의 시와 함께 장첩 경위를 알 수 있는 발문까지 갖추어져 그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

이에 이병연이 감흥하여 지은 <삼부연>의 제화시를 들여다본다.

윗 가마 가운데로 떨어지니 파도는 아랫 가마에 걸린다.

올려다보면 전체 한 가지 절벽일 뿐 누가 세 못이 뚫렸다 하랴!

태초에 용이 움켰던가 천년을 물이 뚫었네.

조화를 물을 길 없어 지팡이 의지하고 망연히 홀로 서 있다.

점점 더워지는 날이라 몇 년 전 스케치했던 삼부연의 시원함이 더 그리워진다. 스케치북을 들고 다시 한번 가 보련다. 여행길에 올랐던 선비들처럼 우렁찬 삼부연폭포에 심취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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