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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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학기자
오만학기자

"수여국 사정에 맞게 맞춤형 원조를 진행해야 합니다." 10년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자는 3박4일간의 일정으로 한 대학에서 열린 ‘전국 대학생 모의유엔회의’에 참가했다. '원조일원화(Delivering as One)'라는 의제로 열린 해당 대회에서 기자는 베트남 대표단'을 맡아 수여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원활한 회의의 진행과 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자가 맡은 국가의 상황과, 비슷한 수여국들의 정치, 경제 상황들을 깊이 이해하는 게 중요했다. 회의를 준비하면서 기자는 이제까지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원조를 베풂에도 불구하고 수여국들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됐다. 그것은 바로 원조가 '공여국 중심'의, 공여국 시선에 맞춰져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원조의 당사자는 수여국인데 말이다.

장 지글러의 저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도 수여국, 나아가 저발전 국가들이 겪는 극심한 기근, 기아에 그 문제의식을 두고 있다. “한 쪽에선 음식이 남아돌아 매년 넘쳐나는 음식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는데 왜 한쪽에선 먹을 게 없어서 죽어나가는 인구가 수도 없이 발생 하냐.”는 문제의식 말이다.

책은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문’의 형식을 취한다. 정보 전달에 큰 비중을 둔 나머지 자칫 내용이 과도하게 전문적인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고 보다 원활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 의도인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루는 내용이 가벼운 것은 결코 아니다. 저자는 수년간을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을 역임했다. 그의 경험에서 나타나는 정보들은 상세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왜 아직까지도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굶주릴 수밖에 없는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고발한다.

지구의 절반에 들이닥친 기근 문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인식은 기자가 모의 유엔을 통해 알게 된 그들의 원조방식과 큰 차이를 갖지 않는다. 가시적인 실적에만 급급한 나머지 중복원조가 발생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수여국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원조도 큰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기껏 한다는 것이 무인기로 해당 국가에 일정분의 식량을 떨어뜨려 주는 방식이다. ‘소말리아’, ‘북한’과 같은 독재 세력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를 대상으로 이 같은 원조 방식은 그 결과가 너무나도 자명한데 말이다. 수여국을 영원히 예속적 상태로 두려는 행태도 지구촌의 기아문제를 부추긴다.

그렇다면 갈수록 극심해져만 가는 기아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일까? 본 기자는 낙관적으로 보고 싶다. 저자 역시 책을 통해 희망이 있음을 피력했다. 저자의 말처럼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묘안이라 생각된다. 결국 공여국의 지금까지의 잘못된 원조도 사람들의 관심 부족이 한 몫 했던 결과다. 허례허식하기에만 급급했기에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의 과정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따라서 무엇보다 지구사회가 당면한 공동의 의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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