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교육 칼럼ㅣ

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여행을 즐겁게 하려면 여러 가지 여건들이 잘 갖추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누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가? 일 것이고, 그 외에 여행 장소, 기간, 일정, 비용 등이 영향을 줄 것이다. 여행은 인생에서 받는 ‘종합선물 세트’이다.

여행에서는 그동안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고, 가까이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특별히 먹고 싶었던 맛있는 음식이 있다. 규칙적인 일상을 벗어나 휴가를 즐기는 ‘자유’는 덤이다. ‘진정으로 사람을 알려면 같이 여행을 떠나라’는 말이 있듯이 여행에서는 그동안 겉모습만 보던 것과는 달리 평소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상대방을 배려하는 정도 등 무의식적으로 순간 표출되는 일상에서의 행동들을 통해 내면의 사람 됨됨이를 파악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여행을 통해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과 다시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가 될 수 있다.

가족 간의 여행은 이미 서로 잘 알고 있는 가장 친밀한 관계여서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사소한 행동으로 다투기도 하지만 더불어 평소에 부족했던 ‘관심’과 ‘배려’도 넘쳐난다. 부부간의 여행은 평소에 충분하지 못했던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자연과 함께하는 드라이브, 탁 트인 하늘과의 동행, 평소보다 더 친절한 안내와 부드러운 말씨, 서로의 안전을 위한 따스한 배려...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된다.

가족 여행은 보편적으로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기 이전까지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부모는 주로 교육목적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리나 역사 관련 실제적인 경험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장소를 선정한다. 때로는 자녀의 부모들끼리 팀을 구성하여 아이들의 교우 관계도 돈독히 하고, 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이런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둘도 없는 친한 친구가 생기게 되어 학교생활에서도 든든하고, 여행을 통해 쌓은 지식이나 경험들은 학업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기반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런 여행의 기회를 통해 부모들은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고, 서로 가정을 왕래하며 필요한 정보도 교환한다. 이런 여행의 추억은 성장해서도 그 시절의 기쁨과 희열로 간직하게 되고, 성장에 도움이 된다. 되돌아보면 팀웍을 이룬 가족 여행은 가능한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될수록 부모와의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가족의 여행은 더 많은 이득이 있다. 필자의 친정 가족 21명은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가족 여행을 함께 다녔다. 5남매 중 가장 큰 오빠와 막내인 나는 10살 차이이고, 그 사이에 며느리와 사위들이 있어서 10명은 모두 10살 내에 있다. 2세들은 한 가정에 2명씩 모두 10명에 성별도 남, 여 각 5명씩이고 어머니가 계시니 모두 21명이 된다. 5남매의 2세들도 나이가 비슷하고, 동갑이기도 해서 함께 잘 어울린다. 홍천, 지리산, 백령도, 제주도, 설악산, 무주구천동, 가평, 산정호수, 대부도 등 유명한 관광지로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을 했다. 산에서는 주로 나무, 꽃, 유명한 길이나 명소의 이름 등을 가르쳐주고, 겨울에는 눈썰매도 타 보고, 찬물 냇가에서 오래 버티기, 체험장의 체력테스트, 바다에서는 수영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스노우쿨링을 경험하기도 했다. 숙소에 돌아오면 함께 모여 퀴즈대회를 하고, 일기 혹은 시 쓰기, 일과 중 인상 깊었던 일 발표하기, 만들기, 악기 연주하기 등 어린아이부터 중·고 학생에 이르기까지 수준에 맞는 과제를 부여하여 선의의 경쟁을 하고 결과에 따라 상금도 수여한다.

여행을 통해서 친밀해진 사촌 형제들은 성장한 이후에도 마치 한 형제인 것처럼 학업이나 경험 등을 공유하고, 대학 시절에도 서로 재학하는 대학에 초청하여 캠퍼스 구경도 하고 서로 격려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모두 성인이 된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사촌끼리 만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직장생활,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좋은 일이 있거나 축하할 일, 위로할 일이 있으면 함께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핵가족 구성원이 성별이 다를 경우, 부족할 수 있는 대화를 사촌 형제·자매끼리 공유할 수 있으니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다. 가족끼리의 친밀한 관계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과 추억을 공유해야 가능한 것 같다. 핵가족의 여행도 좋지만 이런 대가족의 여행은 2세들의 일생에 어른들이 많은 지원을 하는 셈이다.

가족 여행은 모두의 기본 체력을 전제로 하므로, 금(金)으로도 살 수 없는 아주 귀한 기회이다. 언제라도 시간만 맞추면 인생의 종합선물인 여행을 떠나는 것이 행복(幸福)의 가장 좋은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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