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한정규 칼럼ㅣ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언젠가 서울 명동 번화가에서 승복차림의 중년 남자가 가슴에 백인사라고 크게 쓴 명찰을 붙이고 걷고 있는 젊은이를 보았다.

틀림없이 무슨 사연이 있겠지? 싶어 그 젊은이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접근 왜? 백인사라는 명찰을 커다랗게 써 가슴에 달고 다니는지 궁금하여 사연을 묻는다며 그 배경을 말해 줄 수 있느냐고 했다.

말해드리지요 하고서 그 사람은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호케하게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성격이 거칠고 급한 수도승이라 했다.

그는 그런 자신의 성격을 고치고 싶었지만 그게 마음과 같이 되지 않아 생각 끝에 북한산자락 산골에 움막을 짓고 눈에 잘 보이도록 집 출입문에 백인사라 커다랗게 써 내걸고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보며 참고 또 참고 백번 천 번 참아야지 그렇게 다짐하고 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그것 쉽지 안 하더라 했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다가도 조금만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이 있으면 화가 불쑥 치밀어 입에서 거칠게 욕이 나오고 또한 손과 발이 어느 순간 사고를 칠 것처럼 되더군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어 살고 있는 집 출입문에 써 붙여 놓고 가슴에 써 달고 다닌답니다.

그의 말을 듣고 가슴에 백인사란 명찰을 달고 다닌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풀렸다. 그리고 심술기가 발동했다.

그럼 북한산 자락 산골에 움막을 짓고 산다는 곳은 당신 땅? 하고 묻자 누구 땅인 줄 몰라요. 그래요 자기 땅이 아닌 남의 땅에 땅주인의 승낙도 없이 그건 남의 재산을 불법 점거한 죄가 됩니다. 주인이 나타나 당장 철거하라하면 어떻게 할 건데? 그렇게 말하자 그 사람 말이 거치러졌다.

내가 젊은이에게 잘 못된 말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예 잘못된 말이지요. 남의 땅에 집을 짓고 살던 말 던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거든요? 나야 징역을 살던 말 던 그러면서 주먹을 불끈 쥐며 당신 나이 적지 않게 먹어 보이는데 쓸데없이 남의 일에 이렇군. 저렇군. 하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세요. 하고 화를 냈다.

그래서 다시 당신 가슴에 달고 있는 백인사라 쓰인 명찰을 떼세요? 했다. 그 말하기가 무섭게 폭력을 행사할 것처럼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 무엇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날 친구를 만나 그 때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당신에게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나? 당신 가끔 무엇인가 시작을 해 놓고 얼마 뒤 중단을 하고 마는 일이 있어 물으면 안 돼 치웠다고 하잖아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게다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슨 일이 됐던 그 만한 대가를 치루지 않고 잔꾀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라네.

다시 말해 당신은 늘 행동보다는 말을 앞세우고 그 뿐만 아니라 노력을 하지 않고 쉽게 무엇인가 얻기만을 바라는 것 같아 하는 말일세.

젊은이가 자신의 잘 못된 성격을 고치기 위해 백인사 명찰을 만들어 가슴에 달고 다닐 뿐만 아니라 집 출입문에 써 걸고 그것을 보며 참고 또 참겠다고 한다는데 당신은 아무런 노력 없이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워하는 말이니 언행일치도, 하고자 하는 다짐도 중요함을 잊지 말게.

친구 당신도 좋지 못한 성격 백인사라 명찰을 써 달고 다니는 젊은이처럼 고치겠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싶어 하는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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