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교육 칼럼ㅣ

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4월이다. 개나리, 목련, 수선화, 꽃잔디, 제비꽃 들이 몽우리를 터뜨리며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결혼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왔다. 정호승 시인은 ‘결혼에 대하여’라는 시 말미에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은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결혼은 어쩌면 인생의 대전환(大轉換)이다. 부모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고 피보호자로 생활하다가 어느덧 성인이 되어 남녀의 ‘사랑’을 알게 된다. 남녀의 사랑은 보편적으로 결혼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결혼과 동시에 ‘사랑’을 기반으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다른 이력을 가진 두 사람의 공동생활이 시작된다. 결혼 전,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수동적으로 살던 시기와 달리 완전히 탈바꿈된 새로운 환경에 진입하게 되고, 자신이 주체가 되어 한 가정을 이끌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자신만의 삶이 아닌 상대방의 삶을 위한 봉사(奉仕)와 지원(支援)도 의무가 된다.

세상에 많은 인연이 있지만, 부부만큼 중대한 인연이 있을까? ‘모래알같이 많은 사람 중 하필이면 왜 당신이었소’라는 노래 가사처럼 수많은 남자와 여자 중 딱 한 사람만 선택해야 하고, 그 한 사람과 자녀를 낳고 죽음까지 맞이해야 하는 부모보다 더 깊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운명적 만남이다. 남녀가 서로 만나서 연예를 하고, 결혼식을 준비하며 신혼여행을 하고, 그저 함께 있어 좋은 사람과 행복한 시간만을 꿈꾸며 ‘사랑’을 받을 생각에 좋기만 했는데 기대와 달리 대부분 결혼 1, 2년 차에는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하기 위한 부부싸움이 잦게 된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새 생명도 얻게 되기도 한다. 아이의 탄생을 계기로 또 다른 ‘가족’의 소중함이 더 해지면서 이제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서로 ‘내 편’이 되어 더욱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된다.

이렇게 결혼생활 10년이 지나면 서서히 신혼의 단꿈이 희석되고, 삶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년, 30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이들 공부와 입시, 각자의 생활에 충실하며 지나게 된다. 이 시기가 지나고 뒤를 돌아볼 때면 어느덧 60대에 접어들면서 ‘황혼(黃昏)’이 된다. 몸은 나이가 들어가는데, 마음은 ‘그대로’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나이가 들수록 부부간의 사이는 좋아야만 노년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다. 자식도 독립하게 되고 둘이 남아있는 노년은 활발했던 젊은 시절과 달리 친구나 친척, 지인 중, 이때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찾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래서 가장 친한 동반자는 바로 ‘부부(夫婦)’가 된다.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건강관리만 잘한다면 부부가 함께 즐겁게 사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원생활을 하거나, 전국 여행으로 좋아하는 곳을 선정하여 ‘몇 달 살이’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도 있고, 여유가 있다면 장기간 외국 여행이나 크루즈를 즐길 수도 있다. 같이 산책을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탁구나 배드민턴, 게이트볼, 골프 등 운동을 즐길 수도 있다. 그림이나 악기를 배우고, 춤도 같이 배우면서 동호회 활동도 할 수 있다. 부부관계가 좋으면 노년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인간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부부는 대부분 부부싸움도 하면서 ‘같이 살고 싶지 않다.’ ‘졸혼하자’ ‘이혼하자’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죽지 않고 살고 보면 어느덧 훌쩍 40년 이상을 함께 살게 된다. 최근에는 비혼주의자도 증가하고 있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부부도 증가추세이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영원한 내 편,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병들었을 때나 슬플 때나 안아주고 품어줄 수 있는 ‘내 편’이 가족뿐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때가 온다. 결혼을 통해 얻은 가족이 주는 보람과 기쁨은 그 어떤 보물(寶物)과 비교할 수 없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 번의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대전환의 변혁을 위해 결혼은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결혼은 꼭 조건이 갖추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단칸방에서라도 시작하면 혼자보다는 훨씬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흔히 어렵게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만 대부분 화목하여 부부가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젊음’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회의 땅인 대한민국은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사랑의 결실인 결혼(結婚)은 삶의 원천이 될 것이라 믿는다.

플라톤은 그의 마지막 저서 '법률'에서 ‘35세가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은 남자는 어른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법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플라톤 자신은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결혼(結婚)은 인생에서 쉽고도 어려운 문제임은 틀림없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