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서영숙의 미술세상ㅣ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요즘은 집은 나서면 화사한 봄 햇살 아래 꽃들이 환하게 피어있다.

봄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고 무엇이나 시작하면 다 잘 될 거 같은 자신감이 솟아난다. 참 좋은 계절이다.

1888년 2월 남프랑스의 아를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겨울이었다. 하지만 몇 주 후 봄빛이 가득한 주변 풍경은 그에게 흥분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고흐에겐 새로 맞이하는 봄이 남다른 것이었다.

파리의 삶이 유난히 힘들고 추웠기에,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따뜻한 햇볕과 맑은 하늘이 있는 아를의 모든 것은 고흐에겐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고흐는 이러한 새롭고 활기찬 기운으로 아를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방에서 꽃이 핀 나무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열심히 작업하는 과정에서 3단 병풍 방식을 떠올렸다, 그것은 3면으로 이루어진 연작 또는 연속된 그리기 방식으로 그가 접했던 일본 판화의 제작법이기도 했다.

그는 4월 한 달 동안 꽃이 핀 과일나무를 14점이나 그려내며 전원생활을 즐기기 시작한다.

동생 테오에게는 “짐작하겠지만, 이 그림들의 주제는 많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단다”. 라고 편지를 써 보낸다. 자신의 작품이 팔렸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그렇지만 결국 작품은 팔리지 않았고 고흐의 사망 이후 국립미술관을 거쳐 반고흐 미술관에 보존되게 된다.

핑크빛 과수원(The Pink Orchard 1888)은 14점의 과수원 연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서 탐스럽게 핀 살구나무가 화사한 봄빛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주제에 해당하는 가운데 당당히 서 있는 살구나무에 시선이 집중된다.

여러 방향으로 뻗어있는 가지마다 하얀 꽃과 방울방울 이쁘게 꽃망울이 맺혀있다. 푸른 풀밭과 노란 꽃들은 여기저기서 피어난다. 하늘을 보면 하얀 구름과 푸른 색상이 가로의 연결선이 되어 자유롭고 여유 있게 이어져 있다. 땅으로부터 수직으로 올라온 나무의 긴장감을 편안하게 해소해 준다.

작품 속 모든 풍경은 봄 햇살을 받아 빛을 발하며, 평화롭고 생동감 넘치는 봄기운마저 내뿜고 있다. 이제 막 봉우리를 맺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나무엔 꽃이 환하게 피어있다. 빠른 필치와 밝고 다채로운 색의 사용, 전형적인 인상주의의 기법을 사용했지만, 햇빛을 받아 빛나는 꽃잎의 묘사는 고흐만의 감각적이고 개성 넘치는 표현이다.

주변에서 보고 쉽게 지나쳤을 풍경이 고흐를 거치니 작품이 되었다.

그릴 소재가 없다고 특별한 것만 찾아 헤매던 지난날이 떠오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언제나 귀하고 소중한 것은 늘 우리 곁에 있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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