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의 미술세계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김영희 (단원작가회 회장)

개는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 중의 하나로 자리해 왔다. 그렇기에 시서화의 주인공으로 사랑받았는데, 조선 시대에 개를 소재로 삼은 화가로 가장 유명한 이는 16세기의 화가 이암(1507-1566)이다. 그는 동물이 마치 그림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듯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화조영모화’에 있어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렀다.

이암은 세종의 아들 임영대군의 증손이기에 왕실의 종친이었다. 이암은 ‘패관잡기’와 ‘연려실기술’ 등의 서적에서 영모화에 능했다고 소개되었다. 이런 이암의 그림은 안타깝게도 국내보다 일본에 더 많이 남아있다. 그의 그림은 일찍이 일본에 건너갔고, 그곳에서 오랜 세월 동안 ‘탄잔세이슈’라는 별칭으로 알려졌다. 이암의 그림은 에도시대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쳐, 그와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졌다. 이 화풍은 18세기 교토의 화가들에 의해 절정기에 이르기도 했다.

이암은 <화조구자도>에 화사한 봄날 속 천진난만하게 있는 강아지들을 풀어 놓았다. 오후를 보내고 있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새가 날아드는 꽃나무와 바위를 배경 삼아 세 마리의 강아지를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에 애정이 듬뿍 담겼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얼룩 귀를 가진 누렁이는 따뜻한 햇볕을 즐기다가 가지런히 모은 발에 얼굴을 올려놓고 곤한 단잠에 빠졌다. 그 앞에는 흰둥이가 배를 깔고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로 방아깨비를 깔아뭉개며 장난에 여념이 없다. 마지막으로 안경 눈매의 검둥이는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한곳을 빤히 응시하며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아마도 멀지 않은 거리에서 어미가 제 자식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리라.

태점이 많은 나무의 굵은 가지에 앉은 새들 역시 봄을 즐기고 있고, 주변에는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다. 윗가지에 앉은 새는 벌을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잡아챌 준비가 끝난 듯한 그 표정과 대조적으로 검은 나비는 무심한 날갯짓을 하며 나풀나풀 날아온다. 이렇듯 화면 위는 긴장감이 자리하지만, 아래쪽의 강아지들과는 그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태평스럽다. 강아지 위를 하얗게 덮은 복사꽃은 부드러운 향을 발산하며 봄날의 정취를 더한다.

이암은 수묵의 느낌을 살리는 자연스러운 채색으로 강아지들의 표정을 담아냈다. 화면 중앙 나무 아래에 강아지들을 배치하고 뒤의 공간은 여백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마하파 화풍의 구도이다. 바위와 길과 나무의 구불거리는 선, 그리고 바위의 앞면은 밝게 뒷면은 어둡게 흑백 대비를 표현한 것은 곽희 화풍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일련의 구성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당대의 회화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

동물을 반려로 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에 있다. 사랑과 유대감을 나누며 긴 세월을 더불어 걷는 동반자를 키우게 되는 만큼, 자신의 성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선택하고 평생을 같이할 각오가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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