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서영숙의 미술세상ㅣ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지나가는 바람 속에도 물오른 나무의 가지 끝에도 봄이 느껴진다.

20세기가 시작되기 전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풍경 화가였던 이삭 레비탄(Isaac Ilyich Levitan,1860 ~ 1900)의 작품 속에는 서정과 철학 그리고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고뇌가 들어 있다고 평론가들은 말하고 있다.

레비탄은 지금의 리투아니아의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0대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극도로 비참한 가난을 겪게 된다.

돈이 한 푼도 없어 친척 집이나 친구 집에서 잠을 잤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 학교의 빈 교실에서 잠을 잤다. 학교 야간 경비원들이 그런 그를 보고는 가엾어 눈을 감아 주기도 했으며, 학교는 그가 보여준 재능을 고려하여 학비를 면제해 준다.

그는 모스크바 종합 예술학교에 입학한다.

그림에 대한 천재들만 모여 있던 학교에서 우수한 재능을 인정받아 한 박스의 그림 도구와 두 다스의 붓을 상으로 받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그의 그림에 대한 재능은 타고난 것이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학교에서 그를 지도한 선생님은 서정 풍경화의 시조라고 불리는 알렉세이 사브라소프, 비판적 사실주의 작품으로 러시아 사회의 아픈 곳을 그렸던 바실리 페로프, 그리고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외광파 기법을 처음으로 러시아 미술에 도입한 바실리 폴레노프였다. 당시 최고의 화가들이었다.

 

그의 작품 이탈리아의 봄(Spring in Italy 1890)은 이탈리아 북부 지중해 연안의 보르디게라를 여행하며 그렸다 한다. 사실주의 화가인 레비탄이 인상주의 기법을 잘 파악하고 그 장점을 살려 그렸음을 알 수 있다.

길 위에 부서지는 봄볕에 길은 하얗게 탈색되어 있다. 길을 따라 서 있는 나무들은 차오르는 열기를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듯 꽃망울을 터뜨렸다.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있는 산 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봄도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파랗고 맑은 하늘과 대비된 사랑스러운 핑크빛 봄꽃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멀리 보이는 하얀 눈 덮인 산의 원경이 꽃이 피어난 근경과 대비를 이루며,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레비탄의 초기 풍경화는 서정성이 가득 담긴 소위 분위기 풍경화였다. 그렇지만 점점 자연과의 교감이 강해지면서 그의 풍경화엔 사람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색이 담기기 시작했다. 시와 음악을 좋아했고 야외에서의 작업을 늘 고집했던 그는, 자연을 향한 그의 감성을 그림 속에 녹여 넣었다.

삼월의 중순 레비탄의 작품 속 풍경처럼 화사한 봄꽃이 피기를 기다려 본다.

1979년, 소련의 천문학자 류드밀라 바실리우나 주라울료바는 새로 발견한 소행성에 ‘3566 레비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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