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정인숙 교육칼럼ㅣ

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러시아 출신의 거장으로서 현재 마린스키 극장 예술감독과 뮌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인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내한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의 감성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것은 지휘자의 ‘눈빛’과 ‘표정’입니다” 라고 강조하였다.

그는 이쑤시개를 닮은 초소형 지휘봉을 즐겨 쓰면서 ”만약 큰 지휘봉을 사용한다면 연주자들이 주의를 방해할 수가 있다”고 말한다.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장점은 오페라를 연주할 때는 깊은 음을 낼 수 있고, 모차르트와 다른 작곡가의 오케스트라 작품을 연주할 때는 밝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세계적인 훌륭한 연주에서 특별한 지휘봉이 아닌 ‘눈빛’과 ‘표정’의 교감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만나는 순간 가장 먼저 ‘눈빛’을 보게 되고 짧은 순간이지만 전체적인 얼굴 표정을 보면서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바로 ‘첫인상’이다.

이 첫인상은 만남의 첫걸음이 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상황에 적절한 의상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헤어스타일에도 많은 정성을 들인다. 화장을 할 때도 진하거나 연한 정도, 화려하거나 수수한 색의 종류와 정도에도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준비과정은 일종의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또한 상대방이 좋은 인상을 느낄 수 있도록 외모 뿐만 아니라 교양과 지식의 정도, 인격을 나타내는 말씨나 표현방식, 표현언어에 각별히 조심하게 된다. 첫인상의 또 다른 요소라고 한다면 바로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인사란 무엇인가? 사전의 정의는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함’, ‘입은 은혜를 갚거나 치하할 일 따위에 대하여 예의를 차림’이다. 지인하고의 인사는 우선 반가움의 표현이고, 평소 인연을 지속하며 변함없이 만날 수 있음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반면 낯선 사람과의 인사는 우선 자신을 알리고, 앞으로 서로 괜찮다면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며 서로의 우군으로 잘 지내고 싶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인사는 단계가 있다. 먼저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눈을 바라본다. 다음 단계로 상대방과 눈이 마주쳤을 때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시한다.

매우 간단한 절차인 것 같지만, 때로는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을 쳐다보며 의식해야 하고 상대방을 인정해야 한다.

사이가 나쁘거나 보기 싫거나, 하대하는 마음이 앞선다면 인사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인사가 특별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인사는 대부분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드리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윗사람이 먼저 아랫사람이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하는 인사는 더욱더 분위기를 밝게 한다.

인사를 먼저 하면 상대방도 인사를 하게 되고, 인사를 나누지 않을 때 오는 불쾌감을 미연(未然)에 방지할 수도 있다.

최인호씨는 “인사는 마치 꺼진 촛불에 불을 댕기는 것 같아서 인사를 건네고 보면 두사람 사이에 촛불이 켜진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감이 흐르게 된다.

작은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인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딪는 부싯돌과 같은 것인데도 나는 왜 사람들이 인사에 인색한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인사는 감기처럼 전염되는 것이어서 어떤 모임 같은 곳에서 어떤 한 사람이 마음이 담긴 인사를 시작하고 나면 곧바로 이 사람 저 사람으로 확산 되어 모임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로 변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가서라도 악착같이 인사를 나눈다”고 하였다.

나이가 들면 각자 자신의 얼굴에 책임이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평소의 표정 그대로 주름과 함께 굳어져서 얼굴을 고칠 수도 없다.

밝고 웃는 표정은 모두에게 기쁨과 평안함을 주지만, 화가 나거나 찡그린 얼굴은 누구도 접근하기 싫어한다.

젊어서는 필요에 의거하여 어쩔 수 없이 인사를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이익 관계가 없어지면 화난 사람과 억지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웃는 표정과 반가운 눈빛의 사람과는 깊은 관계를 맺고 살지만, 인사를 건네지 않는 사람과는 형식적일 뿐 곁에 가지 않는다.

사람을 만날 때, 반가운 ‘눈빛’과 ‘표정’이 담긴 인사를 습관적으로 하게 되면 이것이 곧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象徵)이 될 것이며, 자산(資産)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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