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한정규 칼럼ㅣ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있을 때 잘하세요.’ 그 말 2천 10년 늦은 가을 어느 날 80대 초반에 부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일가 한 분이 했던 말이다. 그 분은 아들 하나에 딸 둘을 두고 서울에서 무엇 하나 아쉽지 않게 잘 사는 사람이었다.

아들은 검사장급 검찰공무원에 딸 하나는 고려대학교교수 또 한 딸은 연세대학교 교수며 사위 둘도 대학교 교수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그 일가 또한 서울 강남 잠원동에서 주위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하는 말이 ‘있을 때 잘 들 하세요.’ 라 했다. 그는 평소 술을 즐겨 마시고 놀기를 좋아하며 친구들과 밖에서 어울려 지내다 보면 밤늦게 귀가하는 경우가 잦았다 했다.

그러다 보니 부인이 수시로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 빨리 들어오지 않는다고 어데서 무엇 하느냐며 독촉이 빗발치기도 그래 귀가를 하면 늘 잔소리를 했다. 그게 못마땅하여 그럴 때 마다 저 할망구 빨리 죽어버렸으면 하고 갖은 못된 생각을 했었다. 너무 심하다 싶을 땐 듣기 싫은 말을 하곤 했었는데 어느 날 그 부인이 아파 병원에 입원 그 며칠 후 세상을 떴다.

홀로 있으면 자유스러워 좋을 줄 알았었는데 막상 혼자 있다 보니 삶이, 삶이 아니 더 라며 가사 도우미가 드나들며 불편하지 않도록 도와 줘 생활 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지만 사는 게 꼴이 아니었다. 라고 말했다.

삶이란 잔소리하는 사람도 있어 나쁠 것 없더라. 그리고 간섭하는 사람 없는 것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더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잔소리하는 사람도 필요하더라고 했다. 또 걱정해 주는 사람 있어야 갰더라고 했다.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왜 집에 들어오지 않고 어데서 무엇 하냐 전화하는 이 없고 늦게 들어가도 잔소리하는 사람 없으면 좋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했다.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생활이 엉망이 돼버려 건강도 생활습관도 모두가 망가져 사는 게 사는 것 아니더라 밖에서 사고로 죽어도 그것으로 그만 이겠더라 그러니 때론 미워도, 잔소리 듣기 싫어도 잔소리 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을 때 좋은 줄 알고, 있을 때 잘들 하시오.

효자도 좋지만 효자보다도 악처가 낫다는 말 그 말 틀린 말이 아니더라는 것 세삼 느껴지더라 하며 저 같은 후회는 하지 않도록, 잔소리하는 사람 있을 때 잘 들 하세요. 그리고 행복한 줄 아세요. 라고 했다.

그것도 모르고 저 할망구 죽고 없으면 좋겠다. 그 생각, 그렇게 말했던 저처럼 뒤 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하세요. 사람 사는 것 별것 아입니다. 살면서 후회 최소한 하도록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입니다. 부부 있을 때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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