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희 전 안산여성문학회 회장

 

까르르 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빠, 한 번만 더’

일주일의 피로도 잊은 체 젊은 아빠는 조그만 아이와 눈을 맞추며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의 엉덩이춤을 춘다. 어설프기 그지없지만 아이는 연신 까르륵 웃어댄다. 지친듯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으면, 아이는 다시 온몸으로 웃음을 지으며 소리친다.

‘아빠. 한 번만 더!’

다시 벌떡 일어나 엉덩이춤을 추는 아빠. 바라보는 이도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발길을 돌린다. 꽤 멀리 왔는데도 아빠. 한 번만 더! 는 귀를 울리고 까르륵 대는 아이와 이제 됐지? 아빠의 목소리는 점점 지쳐가지만 그들의 행복이 예쁘게 쌓여간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늘에 앉아 젊은이와 아이들을 바라보고, 엄마 아빠는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생기발랄한 아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마침 쏟아지는 폭포에 불어오는 바람이 슬쩍 물보라를 만들고, 구경하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 속으로 뛰어든다.

현대인들이 모여 앉아 잠시라도 숨통을 틔우며 숨 고르기를 하는 곳. 바쁜 일상으로 멀리 갈 여력도 시간도 부족한 서민들의 갈증을 씻어 주는 곳. 하여, 돗자리 하나와 간단히 간식을 싸고 콧바람이라도 쐬고자 나와서 비슷비슷한 차림으로 끼리끼리 앉아 일상을 나누는 곳. 살랑이는 바람과 시간 맞춰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와 높이 솟구치는 분수가 춤추는 곳. 복잡한 길가에 늘어선 상술이 없는 곳. 그래서 편안한 쉼터가 되는 이곳에 서민들의 마음이 녹아나고, 번잡한 일상을 잠시 털어내며 하늘 향해 누워서 지그시 눈을 감을 수 있다.

그곳이 바로 성포동에 있는 노적봉공원이다. 폭포가 있어 ‘폭포 공원’, 장미꽃이 많아 ‘장미 공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노적봉폭포는 4월 초에서 10월 말까지 가동하고, 공원 내 장미원에서는 매년 5월이면 장미축제가 열린다. 전 세계 장미 70여 종 9,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어서, 5월 중순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해서 늘 화사하고 향기롭다. 여름이면 어린이들이 물놀이도 할 수 있고, 숲이 많아 돗자리 하나면 편히 쉴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자연에 기대어 쉴 수 있어서 안산의 명소로 거듭나는 노적봉공원.

조금은 싸늘한 날씨지만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들고 햇살에 기대어 벤치에 앉는다.

휘리릭 스쳐 지나가는 영상이 아득한 옛 일인 듯하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노적봉공원에 따스한 봄 햇살이 내려앉는 날. 봄, 그 향기 속에서 생기 있는 까르륵 웃음이 가득 차고, 사람 사는 내음이 흩날리는 그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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