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신현승 칼럼ㅣ

신현승 자유기고가

사람이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물에 대해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우리 주변에는 스마트폰, TV, 컴퓨터, 엘리베이터 등등 엄청난 기능과 성능을 가진 물건들이 널려 있는데, 사람들은 어느새인가 이런 것들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저 무심하게 일상을 보낼 뿐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것들이 얼마나 대단한 과학적 지식의 발로(發露)들이며, 얼마나 대단한 성능을 가졌는지 모를 정도지만, 그저 일상에 있는 물건들이기에 그저 무심히 사용할 뿐인 것이다.

그렇게 대단한 고성능 기기라 해도 금새 시들해지는 현대 사회지만, 사람들이 비교적 꽤 오랫동안 시들해지지 않고 열광하며 항상 관심 있게 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동차’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도 자동차에 관심들이 많은가는 역사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옛날 삼국지 등에 나오는 장수들이 ‘말(馬)’에 집착하는 장면들이나, 서양문학의 기사들이 말에 대단히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 아니, 말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될 만큼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자동차라는 것이 ‘말’의 지위를 내려 받았음을 생각해보면, 그 위상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 등장해서 20세기에 찬란한 꽃을 피운 이 ‘내연기관 말’은 지금도 우리의 최고 관심사 중의 하나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무렵부터 국산차를 양산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세계 4-7위 규모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자동차는 사람의 의지대로 사람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고, 화물을 힘들이지 않고 옮길 수 있기에, 사람들은 이 내연기관 말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자동차는 그 주인에게 편안한 공간과 대화의 공간을 제공해주기까지 하며, 이동수단을 넘어 미적 감각과 사회적 영역까지 영향을 미쳐, 수 억짜리 스포츠카나 300km, 400km를 넘나드는 슈퍼카 이야기도 항상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다. 그만큼 종류도 다양해져, 덤프트럭부터 경차까지, 어지간한 동물의 종류보다 다양한 자동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수십억짜리 자동차도, 수 십 톤짜리 대형차량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주차’ 문제다. 모든 차는 움직이지만 또 서 있다. 아니, 사실은 움직이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이 자동차다. 그 서 있는 시간 동안 자동차는 적정한 장소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도시화’와 겹치면서 공간의 부족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안산시 역시 이 문제로 시민들이 불편을 많이 겪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주차에 애를 먹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고, 또 그런 사람들이 억지로 주차해놓은 차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 역시 흔히 볼 수 있다. 외곽의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주차공간이 더더욱 부족해서, 저녁때면 길마다 차들이 온 도로의 바깥차선을 점령하다시피하는 풍경이 매일 연출된다.

이것은 사실 도시 기획 단계에서 주차에 대한 심도 있는 기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안산시가 계획 도시이긴 해도, 그 기획 자체는 1970년대에 되었기에, 대한민국에 이렇게 자동차 홍수, 그리고 주차대란이 있을 것이라는 계산까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도로 사정은 타 도시에 비해 나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주차난은 그야말로 도시가 끙끙 앓는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 문제는 개인으로써 어떻게 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지만, 개인적 소견을 말해보자면, 시(市)가 이 부분을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주차위반 딱지를 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차할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은 주차할 공간을 더 만들어 주어야만 근본적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시내 중심가쪽은 기존의 공영 주차장을 복층으로 만들어서라도 주차공간을 더욱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비용이 부담이 될 수는 있겠지만, 편의성의 증대로 인해 해당 지역의 경제적 활성화를 더욱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외곽지역은 부지매입 등을 통해서라도 공영주차장을 시에서 운영한다면 그것이 유료라 할지라도 적정 수준의 금액이라면 그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무조건 주차 위반 딱지를 끊는 게 시정의 전부가 아니다. 선량한 시민들이 주차 위반을 하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 놓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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