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신현승 칼럼ㅣ

신현승 자유기고가

요즘 CF에도 나오지만, 한국 사람들은 꽤나 열정적인 민족이다. 근면성실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민족이다. 그런데, 그 부작용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빨리빨리’병이다. 성질이 급한 것으로도 세계적인데, 이 국민성과 작은 영토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택배 문화다.

우리 어릴 때만해도 택배라는 단어보다는 소포, 화물이라는 단어가 훨씬 익숙했었다. 작은 물건은 비싼 값에 소포로 부칠 수 있었고, 크거나 무거운 것은 화물로 부칠 수 있었고, 그것은 직접 찾으러 가야 했었다. 그것이 어느 새인가 일본에서 ‘택급’서비스라는 것을 한국에 도입하면서 택배라는 산업이 된 것이다.

사실, 이 택배라는 것은 매우 선진적인 서비스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위한 이동 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매우 편리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서도 이만큼 편리한 서비스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게 마련 아닌가? 사실, 이 서비스는 수많은 택배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인해 지탱되고 있는 구조다. 세상 어느 일이 희생과 노고 없이 이루어지겠냐만은 택배는 그 정도가 심하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택배 기사의 과로사 문제는 이제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게 되었다. 거기에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당일 배송, 새벽 배송을 약속하는 택배 회사들의 갑질로 인해, 일선의 택배 기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당 일까지 택배를 가져다주지 않으면 페널티를 받게 되는 이상한 구조마저 형성되어 있다. 택배를 빨리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억압하는 식으로 형성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택배 기사가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번다고 알고 계신 분도 많으실 것이다. 사실이다. 택배 기사는 힘든 만큼 자리만 좋다면 상당히 많은 돈을 벌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연매출 몇 억을 자랑하는 떡볶이 장사도 있지만, 월세도 제대로 내기 힘든 망해가는 떡볶이 장사도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몇몇 택배 기사가 돈을 잘 번다고 해서, 그 전체가 똑같다고, 돈 잘 버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단순함과 잔인함의 콜라보레이션 아닐까?

그 뿐이 아니다. 우리가 택배를 부치거나 받기 전에는 터미널이라는 곳을 통과하게 되는데, 그 터미널의 노동자들은 택배 기사 이상의 강 노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 사람들 중에는 하려는 사람이 부족할 지경이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동원해서 용역으로 쓰고 있는 형편이다. 그들은 저녁때부터 밤을 새워 전국에서 모여드는 수십 수백만 개의 택배 물류를 분류해서 각지의 터미널로 보내고 있다. 한 여름의 더위와 한 겨울의 추위 따위는 그들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그들은 쉼 없이 쏟아져 내려오는 컨베이어 벨트, 레일의 물건들을 골라내야 한다. 휴식 시간도 제대로 없다. 시간당 비용으로 고용된 노동자이기 때문에, 잠시라도 딴 짓을 하려면 관리자의 쌍욕을 각오해야 한다. 언제인가 유행했던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의 21세기 판인 셈이다.

그래서,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복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주 5일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당연히 찬성과 반대가 많은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찬성쪽에 있지만, 주 5일을 잘못 시행하게 되면, 6일에 걸쳐 이동하는 물량이 5일에 뭉쳐서 이동하게 되고, 더더욱 택배 기사, 터미널 근무자들의 노동 강도가 강해질 우려도 있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름아닌 택배 서비스의 금액 수수료가 조금 더 택배 기사들에게 많이 돌아가도록 조치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택배 기사들이 무리를 하는 근본적 이유는 바로 돈에 있다. 회사들의 경쟁으로 인해 택배비가 지나치게 싸졌고, 택배 기사들의 수수료율은 당연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주 5일제로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더 근본적인 수수료율 개선을 우선하는 게 더 먼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오늘도 그들은 당신의 마음을 기쁘게 하기 위해 그리고 전하기 위해 돌아가는 미싱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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